며칠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최고가의 자동차를 모는 젊은이가 초등학생인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탄 차에다 대고 "거지차 타는 부모가 안부끄럽냐?"라며 나이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뜸 반말이었다고 한다.
복어가 생각 났다. 전에도 복어에 대한 글을 썼건만 오래 되었나보다. 찾아지지가 않는다. 이 홈피 마련 이전에 작성했었나 보다. 예전 역삼동에 회사가 있을 때 참복튀김을 하는 식당도 생각난다. 늘 내가 맛있게 먹었었다. 식당에 걸린 참복, 원형으로 배가 빵빵한 모습으로 박제된 복어.
복어는 대개 짧고 불룩하게 동그스럼하게 생겼다. 그리고 팽창낭이라는 것이 있어 위기를 느끼면 물이나 공기를 들이마셔 배를 부풀린다. 적에게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을 키워 상대에게 겁을 주는 것이다. 그가 배를 부풀리기 위해 마시는 물의 양이 몸무게의 4배에 이를 때도 있단다.
세상과 사람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들은 자신이 힘 있는 자임을 느끼기 위해 소위 돈을 과시한다. 과시하는 방법 중에 제일 쉬운 것이 자동차인 듯하다. 돈이 곧 힘이라는 무식한 가치관이 고급 자동차로 자신을 가리고 힘을 휘두른다. 힘의 과시를 위해 부를 과시하는 것, 바로 복어가 배를 부풀린 꼴이다.
복어는 새우·게·불가사리,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육식성으로 단단한 이가 있고 턱의 근육도 발달되어 있단다. 복어 스타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돈이 없는 사람들을 힘이 없는 자로 여기고 힘을 휘두르려고 든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자신이 복어인 것처럼, 상대는 새우 정도라 잡아 먹으려 드는 것이다.
세상이 두려운 자는 복어가 적을 만난 것처럼 세상에다 대고 늘 배를 빵빵하게 부풀리려니 피곤하고 지친 삶이 된다. 오호애재다.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이런 어리석음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면 세상은 평화롭고 위태로운 곳이 아니라 낙원이 되리라.
나는 지금 낙원에서 산다. 많은 것을 내려 놓으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이 정말 별로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낙원을 즐긴다. 고마운 삶, 고마운 세상이다. 하지만 복어가 판치는 세상, 복어의 독을 세상에 뿜어대는 세상이니 편안한 세상이 되지 못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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