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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은 나의 생일이다. 그러니 지금 나는 69년을 산 것이다. 돌아보니 참 무모하게 살았다. 멍을 때리며 학교를 다녔고, 직장생활도 했고, 창업도 했다. 폭삭 망해도 봤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알면서도 과감히 시험을 봤고, 직장에 굴러 들어갔다. 이것도 내게 베풀어진 기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꼭 취업을 해야만 했다. 1970년대 취업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일자리가 그저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또 기적을 만났다. 나에게 딱 맞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 내가 찾은 직업이 아니라 그일이 나를 찾아냈다. 컴퓨터 구경도 못했던 당시이지만 그일은 나의 것이었고, 당시 암울한 상황에서 나를 구해냈다. 자신감이 불어나고 신이 났었다. 규제가 많은 직장에서는 적응하기 힘들었을텐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난 기적. 프로그래머라는 직종은 당시 내가 있는 줄도 몰랐던 직업이었으니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확연히 몰랐지만 신나는 일과 쭈구러진 자존감이 빵빵하게 일어나는 느낌. 그러다 결혼이 무엇인지 모르고 생활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왜곡된 소녀같은 감성으로 과감히 또 결혼을 했다. 나 스스로 크게 쳐진 거미줄로 걸어가 그곳에 갇혔다. 당시 나는 좌절했고, 생존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불행이라 여겼으나 지금 이것 또한 기적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때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 삶의 의미와 자유를 갈구하게 했던 시기였다.)
또 무지한 나는 자식을 낳았다. 자식을 키울 능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미줄에 걸린 상태에서 자식을 낳았다. 자식을 놓아두고 탈출을 할 수는 없었고 더 큰 좌절에 잠겼다. 그러다 나의 딸 둘과 같이 생존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 낮이라도 잠시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서. 사업이 무엇인지 모르고, 돈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무지한 아이의 과감성이었다. 하지만 초기에 어느 정도 일이 풀려갔다. 이것도 내게는 기적이라 여겨졌다. 사업을 하면서 세상과 사람들이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삶이 내게 기적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기적이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이해해야 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다음에는 그걸 갈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매 단계 삶에서 알아차렸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이런 비슷한 말을 했고, 나는 이러한 것을 믿는다. 내가 제대로 연금술사가 되어 감을 느낀다.
내가 지금의 산촌을 찾아들 수 있었던 것은 산촌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던 모호한 산촌에 대한 그리움이 명료한 모습으로 나를 부른 것이다. 산촌은 처음 만난 나를 돌아온 탕아처럼 맞아주었다. 내 생각이 명료하기도 전에 갈구했기에 베풀어진 기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좀 더 구체화된 집의 모습이 그려지자 지금 내가 사는 오두막을 기적처럼 가지게 되었고 살게 되었다.
나의 딸들이 어떤 규격화된 직장인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능력을 녹아내리게 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원했다. 세상이 원하는 좋은 직장이나 사회적 포지션을 떠나 자유로이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를 원했다. 내 삶이 최선의 방향으로 최적의 방법으로 인도되면서 기적을 맛보는 것이듯이 그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이상한 엄마를 만난 딸들에게는 항상 미안하지만 이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리라 여긴다. 그리고 자신에게 늘 기적이 베풀어진다는 사실을 배우기 바란다.
나의 삶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삶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아내고 그것을 좇아 살아가는 삶. 그런 나의 삶에 생일을 맞으며 고맙다.
그리고 불운이라고 여겼던 모든 순간들은 롤러코스터의 내리막이었을 뿐이다. 내리막이 있어야 오르막을 즐기며 세상을 굽어보기도 할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젊은 시절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 한적한 고요, 그리고 자유를 만끽한다고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마운 삶이다. 그리고 서울을 떠나 사람이 아주 적게 사는 산촌에서 산다는 것은 내게 '앎'을 확장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른바 지경이 넓어진 것이다. 지식도 먹거리도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내 삶이 진정 원하는 것이 자유와 성장임을 알게해준 기적의 연속인 삶. 내가 내가 되어감에 고맙다. 69년이란 기간 다채로움과 기적을 늘 맛본 삶이어서 고맙다. 또한 내가 연금술사임을 알게해준 삶이어서 고맙다.
세상의 사람들에게 기적을 만나길 권한다. 인간은 그런 존재임을 알린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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