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 신 이외의 사람이나 물체를 숭배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여겨진다. 기독교에서는 특히 이를 금기시 한다. 타 종교의 기도처에 가서도 기독교인들은 그곳의 장엄하거나 고요한 기도처에 있는 기도대상에 절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매번 선거 즈음이면 이 문제로 왈가왈부한다. 타종교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기도 대상(?)이란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 무엇엔가 겸손해지고 싶은 마음은 눈에 보이는 형상을 만들어 냈을 뿐이라 여겨진다.

사람들의 우상은 항시 돈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이다. 돈을 떠 받드니 돈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돈이 우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돈이 때론 친부모 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삶에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선택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무엇 보다 앞서있는 돈, 그래서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아침 버스에서 들으니 할머니들이 "돈이 없으면 죽어" 그런다. "그럼 못살지." 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말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인지 산촌의 할머니들은 대체로 돈을 움켜 쥐려고만 든다. 깡마른 갈퀴손으로 긁어 움겨쥔다. 쓸 줄을 모른다. 돈이 그들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믿음과 신의 은혜를 부르짖던 국내의 유명한 목사들이 많은 신도가 결집된 교회를 세습하고, 축적된 교회재산을 자식들에게 남기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돈을 숭배해온 우상숭배자들이 아닌가.

돈을 숭배함으로써 우리는 지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다. 자신들이 편의를위해서 만든 돈에 노예가 되어 삶 자체를 즐기고 행복하려던 삶은 본연의 목적을 잊었다. 돈을 쫓다가 우리네들은 내면에 불안을 키워왔다. 두려움을 키워왔다. 알 수 없는 미래, 세상의 변화하는 속도, 그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인간은 늘 변화하며 지금까지 삶을 유지해 왔다.

자연에 잠겨보자. 그들이 내어주는 먹거리를 즐겨보자. 바람소리를 느껴보자. 철따라 피고지는 꽃들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즐겨보자. 자연이 주는 향기를 맡으며 새들의 지저귐도 듣고, 제법 커다란 새들의 외침도 들어보자. 개울물 흐르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곤충의 짝짖기, 나비의 다양함도 즐겨보자. 봐도 봐도 늘 새로운 모습, 새로운 소리가 다가온다. 같은 세상에 모르는 너무나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음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돈을 숭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키우고, 종족을 보존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산촌에서의 삶, 돈이 필요하지 않다. 바람결에 세속적인 욕구도 점점 사라져 가고, 단순한 삶의 주인이 된다. 내게는 종교도 우상도 없다. 그나마 있던 지식도 뜨거운 햇살에 빛이 바랬다. 자연을 즐기는 존재, 매일 길을 걸으며 고마움이 넘친다. 그런 내게 늘 먹거리가 베풀어진다. 나는 그렇게 산다.

숭배하는 것이 없는 존재, 삶의 목적을 확실히 알고 사는 존재, 나날이 성장하는 자신을 느끼는 존재, 어설프고 부족한 자신을 늘 알아차리고 학습을 하는 존재. 자신의 훌륭함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