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후의 삶을 산촌에서 하고 있다. 자연 속 산촌은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내게 새로운 세상이다.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다르고, 문화도 가치관도 다르다. 사람을 대면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생명체들과 더불어 산다.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나로서는 마치 외계에서 사는 것 같다.

오늘 창고의 문을 열었더니 무엇인가 제법 큰 친구가 급하게 난다. 저렇게 큰 나비가 있나 했지만 가만히 살피니 짙은 회색의 새다.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들었다가 나의 인기척에 그는 무척 놀랐나보다. 얼른 창고에서 나와 문을 닫아주었다.

오늘 개복숭아 열매를 따다가 잠자리가 가지에 앉아 흰나비를 먹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되었다. 나의 인기척을 충분히 알았겠지만 그는 꼼짝않고 앉아서 야금야금 먹는다. 그의 입이 오물오물 씹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찍어도 그는 꼼짝않는다. 아마 그는 자신이 날아가는 것보다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야금야금 나비의 몸통을 먹는다. 그가 먹는 나비의 몸통에서는 흰 날개가 하나씩 떨어져 살살 날아 내린다. 잠자리가 큰 나비를 잡아먹고 산다고 생각을 못했기에 내게는 엄청나게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었다.

개복숭아라는 말도 산촌생활에서 알게된 것이다. 복숭아를 정식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태어난 복숭아를 개복숭아라고 한단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에 '개'자가 붙는 경우는 유사품이란 의미이다. 여기서는 멜라초라는 풀을 개미나리라고 한다. 두릅에도 개두릅이 있다. 그런데 개복숭아는 모양도 냄새도 맛도 똑같다. 그런데 열매의 크기가 실하지 않은 듯 하다. 그것으로 만든 효소가 몸에 좋다고 마을 사람이 부탁해서 오늘 딴 것이다. 



3 년 전 정도에 나비를 먹는 잠자리와 같은 잠자리의 보석 같은 눈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다. 그는 바닥에 앉아서 내게 사진을 찍게 했다. 그의 눈은 상상을 불허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것을 경이롭다고 할 것이다.

수시로 경이로운 모습,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을 만나고, 새로운 지식도 알게된다. 다채로운 새들의 소리, 어떤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모른다. 뻐꾸기의 청아한 소리 정도 구분한다. 물까치가 내는 소리는 "캐액' 하는 소리로 예쁘지가 않다. 새소리가 듣기 좋지 않은 것도 있음을 나는 산촌에서 처음 알았다.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면서 평화를 누린다. 고요함에 젖어 행복을 느낀다. 자연에서 많은 것을 얻어먹으며 고마움이 넘친다. 전혀 다른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재미, 자연에 대한 탐구에서 느끼는 재미, 학습을 하는 재미가 정말로 만족스럽다.

은퇴로 생활방법이 바뀌어도 같은 공간을 고집하며 지루해 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사는 재미를 전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