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도서관을 찾아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났다. 도서관에 비치된 그의 책들, 최근 10여 년은 그를 별로 만나지 못했던 나.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그로인해 더욱 신이 난다. 그의 생각을 그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쾌적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도서관에 비치된 그의 책을 다 보고 마지막이라며 어제 오늘 '고양이'를 봤다. 베르나르는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했던 말을 고양이를 통해서 다 풀어냈다. 그러니 내가 앞으로 책을 출간할 일은 없게 된다. 이도 고마운 일이다.
고양이의 깨달음이 곧 나의 깨달음이었다.
내 안의 모든 것은 공(空)에 의해 나뉜 미세한 물질의 입자에 불과하다. 나는 근본적으로 공(空)과 입자들을 연결하는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내가 나로, 흩어져 있는 구름이 아니라 나라는 특정한 형태로 존재하게 해준다.
그런데 이 미세한 먼지들을 공간 속에 배열하는 것은 다름아닌......생각,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는 생각이다....
나는 하나의 생각이다. 나는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나'를 만들어 왔다. 내가 만난 시련을 통해 성장한 것이다. 고통을 겪으며 여러 선각자들을 책으로 만났다. 그들과 공감하며 찾아낸 '나'의 모습에 감사하며 내가 점점 '나'다워짐에 감사하며 나의 길을 간다. '고양이'에서 베르나르가 적절히 묘사해주어서 이도 고맙다.
나는 내 몸의 시련을 선택했다. 그 시련들을 통해 내 정신은 성장한다. 예기치 못한 고난과 실패, 절망을 통해 빚어진 나의 정신은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의 욕망과 한계를 깨닫는다. 그렇게 일관성을 형성해 나간다.
...
나는 누구와도 경쟁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는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나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삶의 궤도를 따라갈 뿐이다.
나는 60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며 나를 사회에서 격리 시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내가 찾아든 자연의 품, 그 품은 따스하고 내게 놀라운 가르침을 매일 내린다. 나를 인도한 '나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삶의 궤도'. 나는 만족감에 푹 젖어서, 나의 길을 따라간다.
'고양이'에서 주인공 고양이는 말한다.
나는 더 이상 어떠한 결핍도 느끼지 않는다.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
매일매일 새롭고 놀라운 발견을 하면서 지금처럼 계속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매일매일 새롭고 놀라운 발견을 하면서 지금처럼 계속 삶'을 산다.
2020년 8월13일
visil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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