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보면 너나없이 '돈이 있어야 산다'고 여긴다. 그러니 돈을 벌어야 하고, 내일을 위해 열심히 쌓아두어야 한다고도 여긴다. 나도 돈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고 여겼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알려주었다. 돈이 있어야 먹을 것을 사고, 옷도 입고, 집도 사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설정을 없애니 참으로 인생살이가 편하다. 이제 사지 않아도 옷은 이미 넘치고, 산과 들은 먹거리를 열심히 만들어 제공하고 있음을 비로서 알아챠렸기 때문이다. 늘 자랑이 넘치는 사람들,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경쟁심이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돈도 안 들고 부정적인 자극도 없으니 그저 좋다. 산위에서 불어오는 고마운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그저 좋다. 생명의 소리가 가득한 자연의 품에 안기니 그저 좋다.

그런 내가 나이 70을 바라보며 산촌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본다. 그런데 그들은 노령임에도 보험에 가입하고 많은 보험료를 낸다.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몇 살까지 살려고 하는 것인가. 자신의 수명을 아는가. 그런 의문을 가지게 하면서 그들은 미래를 위해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힘들다면서 또 몸이 아프다면서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다. 과연 그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

풀을 뽑다 보면 뿌리와 함께 개미의 집이 확 들어날 때가 많다. 날개가 달린 수개미도 보이고, 하얀 개미의 애벌레들이 엄청 많이 보인다. 나로 인해 위급한 재난을 만난 개미들은 그 하얀 애벌레들을 보호하느라 난리법석이다. 개미들은 서로 소통을 하며 먹이도 나누고 서로의 역할을 위해 열심히 애를 쓰는 곤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뜨거운 날 그들이 행렬을 지어 바삐 먹이를 나르느라 애쓰는 것을 보면 화가 좀 난다. 웬만한 풀뿌리 마다 그들의 집이 있으니 어이가 없다. 어찌 그리 종족보존과 생존에 열심인지 기가 막힌이다. 그렇게 종족을 늘리다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구를 개미의 세상으로 만들려는지 걱정도 앞선다.

그들처럼 우리네도 두뇌에 종족보존과 생존에 대한 임무가 강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예수와 석가가 깨달은 것은 인간의 진정한 진화는 그것을 넘어야 한다는 말로 여겨진다. 무작정의 생존과 종족보존은 삶이 힘들고, 두려운 상태에서 마련되었을 것 같다. 생명체가 생존할 확률이 낮으니 일단 많은 개체를 만들어 누군가는 생존하여 자신의 종족을 이어가리라는 바램을 담은 것이리라.

아기의 생존율이 적어서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을 챙기고 백일과 돌을 축하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개선된 위생관리와 의술 등으로 우리네 아기들의 생존율은 지극히 높아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개체 수를 무작정 늘릴 때가 아니라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며 다른 생명체들과 즐겁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때를 만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진정한 삶이고, 우리는 생존의 두려움을 벗어난 존재가 되었음을 알아차려야 할 때라는 말이다.

무작정의 영역 확장과 개체 수를 증가시키는 생명체들이 나의 영역이랄 수 있는 정원에서 나에 의해 지금 죽임을 당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외부세력이 출현해 힘을 발휘해 지구의 균형잡기에 나서지나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