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공동화 현상 재개발사업 등은 오래 살다보니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것이 도시만의 문제가 아님은 이제야 알았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들고 규모가 점점 커지면 도시의 여러 기능들이 지역별로 나뉘게 된다. 도심에는 상업 기능과 행정 기능이 들어서고 주거 기능은 땅 값이 저렴한 도시 외곽의 주변지역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도심 지역의 주거 기능이 약화되면서 상주인구 밀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인구 공동화 현상’이라고 한다.

도심에는 주로 업무용 고층건물이나 상업 시설들이 모여 있어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활기찬 모습이지만 밤이 되면 텅 비게 된다. 이렇게 중심이 텅 빈 모습이 도넛을 닮았다고 해서 도심의 인구 공동화 현상을 도넛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도시가 오래되어 도시 초기 단계에 건축된 불량 노후 건물이 밀집되어 슬럼화되었거나 도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 공공시설들이 신시가지를 새로 개발하여 집단 이주를 하게 된다. 그럴 때 효율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새로운 계획에 따라 시설을 정비하고 건축물을 개량하는 사업을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나의 딸기밭, 이사오고 3년 내리 딸기를 따서 먹었다. 관리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그러던 딸기밭은 장마가 지나면서 풀밭으로 변하였다. 그야말로 공동화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곳에 잡초들이 번성하여 손을 댈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도시의 슬럼화와 유사하다. 잡초가 들끓고 그들의 성장속도는 가히 놀랄만 하다. 그러니 원래 있던 오래된 딸기는 사라지고 새로운 줄기가 쭉쭉 뻗어나간다. 내가 밭으로 나가던 통로를 그들이 차지하고는 우후죽순격으로 새싹과 뿌리를 내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느라 나름 바쁘다.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 집단으로 새로운 시가지로 집단이주를 한 꼴이다.

이제 바람이 선선해진다. 나는 이제 딸기밭의 잡초제거 작업에 나섰다. 도심의 낡은 건물을 철거하듯이 풀을 제거한다. 그리고 재개발 게획에 의해 밭을 잘 손질할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은 어린 딸기들을 다시 뽑아 다시 딸기를 하나씩 이주시킬 예정이다.

사람이 사는 것이나 식물이 사는 것이나 이렇게 다 같은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은 생명체임을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