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던 나뭇잎을 다 날려보냈다.
바람은 그 작업을 더욱 수월하게 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드러났다.
나란 존재에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는 잔 가지들.
내 삶의 결과이다.

나뭇잎은 때가 되면 다시 나의 잔 가지들에서 촘촘하게 솟아날 것이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에서 말이다.
그때의 싱그러운 어린 나뭇잎들이 세상을 찬양할 것이다.
뜨거워지는 태양과 함께 또 쏟아지는 비와 함께 나뭇잎들은 삶의 기쁨을 노래할 것이다.
바람이 그 기쁨을 세상에 전할 것이다.

촘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잔가지들을 키워낸 나의 삶.
폭우도 폭설도 견뎠다.
견디고 있음에 고마움으로 나를 키웠다.
뜨겁게 세상에 쏟아지는 태양의 열정도 견뎠다.
그러다 만나는 싱그러운 바람에 고마움으로 나를 키웠다.

나를 치장하지 않았다.
많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생기는 고단함도 버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세상에 환하게 드러내고 사니 기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다움에 기쁨이 솟는다.

나를 품고 있는 자연에 고맙다.
삶에서 체득한 모든 '앎'에 고맙다.
있는 그대로의 나무들과 산촌에서 살고 있음에 고맙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