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8일 화요일
요즘은 산촌의 날씨 상황을 제대로 말할 수가 없다. 환하던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며 뿌려지고, 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하다가, 그러다 곧 구름들이 쫓겨나고 눈발은 사라진다. 바람이 느닷없이 휘몰아치다가 또 사라지고.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변덕스러운 날이지만 대체로 춥고, 개울의 물은 변화없이 흐른다. 지금은 환하게 햇살이 빛나고 있다.
어제 저수지에 갔다. 저수지의 물은 여전히 한 덩어리의 얼음이고 나무들은 겨울을 잘 참아내고 있다.
개울은 얼음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만드는 문양이 다채롭다. 그 밑으로 흐르는 물, 때론 괴물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빛의 굴절이 이 정도로 모양을 변질시키니 우리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눈발이 날리며 얼었던 개울물이 명료해지면서 그리는 문양이 내게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어제 불안이 극심해지면 나를 찾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징그럽게도 나의 조언을 듣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될 상황에 그녀는 일을 잘 저지른다. 마음이 조급하니 빨리 돈을 만들기 위해서 섣부른 투자를 하고 그것을 또 날리고. 돈을 위해 일을 더 늘려서 하고, 그녀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오랜 세월 거듭하고 있다. 어리석어서 우리가 인간인가...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차리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 저녁 금산 읍내 식당 사장이 또 느닷없이 전화를 했다. 심심해서 저녁마다 사람을 불러 술을 마시고, 장염이 심해져 아프단다. 그녀는 나와의 약속을 몇 건 지키지 않아 나는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금산에 와 알게된 그녀는 내게 혼자서 어떻게 그리 잘 있냐고 묻는다. 나는 술을 마시지 말고 TV 시청을 권했으나 그녀는 재미가 없어 볼 수 없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모르고 사는 사람으로 그저 열심히 몸을 굴려 돈을 벌고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함을 모른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관리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굴리면 당연히 아무렇게나 거리를 구르는 낙엽같이 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