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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17일 목요일
오늘은 매우 춥다. 아침에 잠시 갈등을 겪었다. 아직 밝지 않았지만 장작을 밖에서 가져다 난로를 피울까 아니면 전기 송풍기를 작동시킬까 하고. 거실에 난로를 피우지 않으면 나는 따스한 방에 있어야만 한다. 갈등하다 난로를 피웠다. 그리고 난로의 열기를 즐기며 추운 밖을 바라보며 감동에 젖는다.
나의 집, 내가 기존의 낡은 집에 내가 편하게 나를 중심으로 구성을 더했다. 그 디자인이 아주 잘 됐다고 생각하며 나의 아늑한 집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내가 일반적으로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이라는 설정을 벗어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기쁘다. 경제적인 측면도 나 홀로 산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집을 재조직했다.
기존의 설정을 해체하고 새로운 요구에 맞춰서 자신을 위한 집을 디자인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설정한 삶의 설정, 남들이 설정한 삶에 동조하며 그에 따르는 일에 만족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신을 어딘가에 뺏기고는 바삐 돌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향유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소유에 집중한다. 그것을 꼭 짚어주는 이야기를 어제 문자로 받았다. 누구나 이미 아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한 부부가 고생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80여 평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마련했습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일어가면서 온갖 고생 끝에 장만한 아파트 였습니다.
거기다 최첨단 오디오세트와 근사한 커피 머신까지 사서 베란다를 마치 테라스 카페처럼 꾸몄습니다. 이제 행복할 것 같았지만 사실 이 부부는 이런 집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회사에 출근한 후 집에 놓고 온 것을 가지러 다시 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고용된 가정부가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뽑아서 베란다의 테라스 카페에 앉아 여유있게 집 안의 온갖 편의시설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부부는 매일 허겁지겁 출근해서 온종일 바삐 일하다 허둥지둥 집에 들어오기에 자신이 장만한 시설을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후후... 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임을 알려 줍니다.
어제는 모처럼 읍내에 나가 병원(정기 처방)에도 가고, 장도 봤다. 그리고 나를 집에 데려다 준 젊은 아저씨-내가 조카라고 부른다-가 설날 처가에서 가져온 만두와 녹두전을 주었다. 만두를 구워 저녁으로 먹으며 나는 행복했다. 제대로 전통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만두로 내 속에 잠들어 있던 식욕들이 깨어났다. 오늘 점심에는 그가 준 녹두전을 먹을 예정이어서 나는 지금 무척 즐겁다. 제대로 만들어진 녹두전으로 나의 입이 무척 행복해질 것 같다.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대단히 진화한 지금에도 사람들은 공부를 위해선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한 특별한 책이 아니어도 구하는 마음으로 세상살이를 하면 모든 것이 가르침을 내린다. 이 쉬운 사실을 이제 누구나 다 알았으면 한다. ㅎㅎㅎ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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