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22일 목요일 눈
오늘 또 눈이 내리고 추운 날, 때론 강한 바람이 불어댄다. 아래 사진은 지금 현관에서 본 모습이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사는 사람인 나, 따스한 방에서 내리는 눈 또는 휘몰아치는 눈을 구경하며 즐겁다. 눈을 맞고 있는 나무들과 나는 같은 자세 같은 태도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비가 잠시 멈춘 사이에 산촌을 걸었다. 말끔해진 모습의 산촌이었다.어제 내린 비로 도로의 눈은 거의 사라졌었다. 저멀리 높은 산은 구름과 하나가 되었다. 날씨가 변하며 일어나는 산촌의 풍경, 산촌의 모든 생명체들은 그것을 즐기는 일로 바쁘다.
다시 눈이 내려 산촌이 하얗게 포장이 되었다. 산촌에 일어나는 변화에 나무들은 쫓아가기 위하여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며 지켜본다. 산촌의 농군들은 모처럼 휴식을 집에서 즐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오건 아니건 도시의 일군들은 대체로 이동을 하면서 자신의 일을 할 것이다. 출퇴근의 고달픔이 눈을 즐길 여유를 빼앗아갈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산촌이란 공간에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있다. 나무처럼.
나무가 오래 살아 고목이 되면 겉으로 성장은 거의 보이지가 않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체적은 늘어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내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도 그러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 말을 바꾸어 생각해본다. 노인네가 되어서도 무엇인가를 계속 하면서 바쁘다면 내적 성장은 일어날 수가 없을 것 같다.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을의 둥구나무, 3백 수십 년을 넘어 마을을 지키고 있다. 태양은 산골을 보려고 구름을 헤치려고 노력한다.
늙어가며 여유로움으로 만족한 삶을, 내가 생각한 나답게 살고 있어 고맙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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