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걷기를 나선 시각이 평소 보다 조금 늦었다. 문을 나서니 해가 지기 전 하늘이 왜 이제 나오냐면 매력적인 자태로 나를 잡았다.

날씨가 좀 풀렸다고 잠시 손을 놓았던 쓴나물(씀바귀)을 캔다. 그래도 날은 춥건만, 씀바귀 뿌리들이 캐어져 밭에 누어있다.

이들은 찬물에 정리되고 씻겨져 팔려 나간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요즈음 자주 어울리는 펜션을 운영하는 친구와 마전 근처에 갔다.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 갔다. 나를 데리고 간 친구의 지인인 노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란다. 난생 처음 나는 더덕라떼라는 것을 먹었다. 맛은 괜찮았다. 

80세 정도된 주인 남자가 드럼을 한단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카페에 주변에서 가끔 모여 여기서 놀기도 한단다. 역시 80 정도 된 여자 주인은 수제 차를 만들기 위해 힘이 든다고 한다. 주변 땅이 2~3천 평 정도 되는 것 같고, 그곳을 가꾸면서 남자는 양봉도 한다고 한다. 청계를 키워 카페에서 청계알도 팔고 있다. 그들과 그곳을 보면서, 또 여자 주인과 잠시 얘기 하면서 내게 피곤함이 몰려 왔다. 그녀는 탁자에 깔린 알록달록한 매트에 유치한 그림을 잘라 붙여 놓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랑스러운가 보다 계속 자랑한다. 카드에서 나뭇가지 등을 섬세한 손길로 잘라 접착제로 붙였단다. 사람의 눈은 다 제각각이다. 내 눈에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헛수고로 보였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노인네들의 모습, 자신의 노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 삶의 뒤안길로 물러서지 못하는 노인들로 보였다. 그녀는 자랑스레 말한다. 자식들과 외식을 해도 자기가 꼭 돈을 내야 한다고.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귀여운 여인이다.

힘들다며 여전히 힘들게 움직이는 노인네, 그저 가만히 있는 나라는 노인네.

노인네라도 좀 세상살이에서 물러나 움직임을 줄임으로써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경쟁을 벗어나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소비를 줄이고 소유를 줄이고 주변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가벼운 존재로 넉넉함을 나누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저장고 (시골에는 저온창고까지 있다) 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활짝 웃고,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노인네라도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즈음 많이 했으나 나의 두뇌는 이제 저장시일이 짧아 내게서 사라졌다. 이런 상태가 노인임을 인정하면서 나는 늙어간다. 늙는다는 것은 삶의 당연한 수순이니 감출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또 겸허하게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