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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17일 화요일 맑음
날씨가 쌀쌀하지만 햇살이 환하게 비추니 산촌을 걷는 나의 등이 따스하다.
나는 작년부터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낀다. 사물의 이름이 그때 그때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일쑤다. 그러면 그 단어를 찾아 기억의 창고를 이리저리 훑는다. 그러면서 나의 두뇌 저장고가 비어지니 얼쑤 소리가 절로난다. 내가 가진 것들이 이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버려짐으로써 더욱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끼니 말이다.
기억,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다. 금방 알아 말했던 것이 다시 말하려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편 지난 일요일 마을회의에서 반장직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사람이 일으키는 소란을 보면서 '완장'이란 소설이 생각났다. 40여 년 전에 읽은 소설이 또올랐으니 그 소설이 내게 강한 찔림을 주었던 것 같다. 10대에 읽은 소설인가 했으나 지금 찾아보니 1982년에 발표된 윤흥길의 작품이다. 그 소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반장'이란 완장을 차겠다는 사람을 보니 바로 떠오른 기억이다.
외운다는 것은 기억저장고에 그냥 집어던지는 작업 같다. 기억 대상에 태그-여러 키워드- 작업을 해서 넣어야 제때 제대로 찾아내 사용할 수 이는 것이리라. 내가 단어를 바로 찾지 못하는 것은 키워드와의 연결도 끊어져 가기에 그런 것 같다. 늙어가는 것은 기억을 잃어가는 것이고 또한 가진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뜻한다고 본다. 이렇게 늙어가면서 노인네는 가벼움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얼마전 일기에 올린 무너져가는 집 창고의 벽 이미지는 늙음이란 이런 것임을 알려준다. 이 이미지를 보면서 나의 지금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조용하게 흐르는 시간을 보며 그저 세상에 머물고 있다 나는. 내가 무너져가는 중임을 알기에.
이 늙은이는 오늘도 산촌을 걷기위해 지금 집을 나선다. 햇살의 애무가 너무나 좋은 오늘이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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