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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25일 수요일 맑음
오늘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다. 밤에 모르는 사이에 눈이 땅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꽁꽁 얼어붙은 땅, 유연한 느낌을 주는 산촌이 고정화된 분위기이다. 추운 날씨는 나의 노구를 더욱 뻗뻗하게 하고, 허리를 또 불편하게 한다. 낮은 기온은 물을 얼리듯이 산촌의 모든 것을 얼리고 있다.
그간 설 연휴였다. 늘 휴일인 나는 덩달아 빈둥빈둥 거리며 그저 시간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늘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내면에서 일어나고, 쓰고 싶은 얘기가 내 속에서 샘 솟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그저 흘려버렸다. 좋은 글들이 넘쳐나 강이 되어 우리네 주변을 흐른다. 거기에 내가 한 바가지 글을 보탤 이유가 굳이 없다. 나는 그냥 흐르는 글들을 보면서 좋다. 간결하게 핵심을 표현한 노래 가사를 보면서 흥겹다. 주저리 주저리 읖조리며 인류가 알아야 할 주제들을 건드리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요즈음 '삼세페'라는 광고를 TV로 보면서 그저 좋다. 삼성 세일 페스타를 줄인 '삼세페'가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밖에 여러 광고들과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산촌에 앉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고에 적용되는 기술들을 보는 것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보는 것도, 제한된 어떤 틀들이 깨져 나가는 소리들이 들린다. 방송에서 전에는 말할 수 없던 것들을 방영한다. 결혼이냐 동거냐, 남녀가 사귀면서 동거를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어떤 제한된 틀이 있으면 갑갑해지고, 그 틀을 깨면서 자유롭고자 한다. 삶의 방법이 달라지고, 그 달라짐은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생각의 방향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킨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양자역학에 끌리고, 초끈이론에도 끌리고, 다차원의 우주이론에도 끌렸는데 이제는 그런 이론들이 널리 퍼졌다. 다양하고 광활한 세상에 대한 생각은 세속적인 어떤 쪼잔한 것들에서 떠나게 한다.
무한대로 확대되는 바깥 세상, 내면으로 미시적인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보는 세상, 그것은 어느 시점에 하나가 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모른다. 그런 사실들에 대해. 하지만 생각만으로 재미있다. 요즈음 AI 발달을 보면서 성경에 나오는 인류의 창조작업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흙을 빚어 만들고,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며칠 날씨가 커다란 변화의 폭으로 움직였다. 그야말로 새파란 하늘이 금방 회색이 되고 눈이 군무를 추면서 내리고, 그러다 곧 이어 맑은 햇살이 빛나고. 꽁꽁 얼어붙은 세상이 햇살에 녹아내리고. 하늘의 색이 파래도 명도 채도가 수시로 변했다. 내 속에서는 생각의 주제가 바뀌고 글감이 바뀌다가 게으름으로 그냥 흘러갔다.
휴일을 즐기러 떠났던 사람들이 공항 등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으나 연휴는 이제 끝났고, 일터가 다시 열렸다.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대한민국을 돌아가게 한다. 모두가 저마다에게 맞는 공간에서 저마다의 생각으로 저마다의 가치관으로 삶을 산다. 그러한 삶을 한가로이 구경할 수 있는 내게 주어진 특권(?)에 고맙다. 내가 생각한대로 내가 만들어졌고, 나를 담고 있는 세상을 즐긴다. 고마운 세상이 모두에게 고마운 세상으로 느껴지길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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