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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14일 월요일 맑음
아침에 안개비가 내렸다. 지금은 잠깐 잠깐 햇살이 산촌을 비춘다.
2차선 도로 따라 나는 매일 걷는다. 둥구나무를 지나 조금 걸으면 도로는 1차선으로 바뀐다. 오전엔 개울의 상류쪽으로 오후엔 하류쪽으로. 300 년을 훨 넘어 살아온 둥구나무가 마을을 굽어보고 산촌에소서 노니는 나를 굽어 본다. 나무가 잎을 많이 잃었지만 아직도 남아 가을임을 알린다.
걷다보면 예전에 깻잎 농사를 짓던 비닐 없는 비닐 하우스가 나온다. 황폐함을 나타내는 비닐 하우스 앞에 빨갛게 단풍이 든 나뭇잎.
비닐이 찢어지고 사라져도 여름에는 이 안에서 들깨가 자랐다. 가을이 되어 그들은 수확이 되어 지금은 비어 있다. 비닐하우스도 잘 관리를 안 하면 이렇게 변하나 보다. 이곳은 내가 처음 산촌에 왔을 때는 멀쩡했었건만.
집 마당을 요즈음 관리를 했다. 꽃이 피고 졌어도 그대롤 두었지만 그들을 이제서야 잘라주었다. 그러다 만난 꽃. 초라한 모습이지만 꽃은 꽃대를 키우지 않고 커다란 잎에 숨어서 꽃이 되었다. 주변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
산다는 것이 이러한 것이라 여겨진다. 자신이 알아차린 앎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것 말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베풀어진 은총과 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이 학습한 앎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 그것을 알아차리면 삶은 다음 단계로 자신의 앞에 펼쳐지리라.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에서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의 삶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듯이. 나는 이번 생으로 지구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싶다.
이름은 잊었지만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씨앗처럼 씨앗을 무수히 날리는 식물. 그들은 꽃도 예쁘고 열매를 커다랗게 만든다. 그 열매 안에는 곱게 곱게 접힌 씨앗의 날개가 가득 들어 있다. 그득을 보면 '고이 접어 나빌레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들의 날개는 천사의 날개인양 부드럽다.
걷는 길 풀밭에서 만난 빨간 잎, 그리고 볼이 발그래 변한 쑥.
아름다움을 찾으니 아름다움이 보인다. '모름'이 많은 존재라 여기니 '앎'이 찾아온다. 부유한 존재라 여기니 늘 먹거리가 넘치고, 따스한 집에서 아늑함을 즐긴다. 욕구가 없으니 돈을 쓸 일도 없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은총'이란 단어가 늘 나와 함께 한다. 고마운 삶이 베풀어진 인생이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이것도 고마움을 찾으니 고마움이 넘치리라. 그러니 말하는 대로 되는 것이다.말하는 대로 사는 삶이 모두에게 믿겨지기를 소망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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