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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13일 화요일 강한바람 눈
밤에 비가 와 잠을 자면서 흐뭇한 기분이 잠남자는 나를 채웠다. 조금전에 강한 바람에 눈발이 휘날렸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산촌을 매일 걸을 수 있어 고맙다. 그런 건강이 주어져서 고맙다. 잠자는 생명체들, 햇살이 쨍쨍하면 새들이 날아다닌다. 하지만 회색의 세상에서는 그들도 보이지 않는다. 강력한 쓸쓸함도 즐긴다. 또한 강렬한 화려함도 즐긴다. 매일매일이 다름에, 극단적인 대비, 그리고 그들을 아우르는 흰 구름이 하늘을 채우고 간혹 보이는 파란 하늘, 그런 어정쩡한 날씨도 고맙다.
개울에 드리워진 나뭇가지가 엉켜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우리네 인간들이 엉켜사는 모습같아 보인다. 누구는 누구에게 얹혀져 생육을 방해하기도 하고, 누구는 같이 열심히 크고, 누구는 누구를 휘감아 생존을 힘들게 하고.
그렇게 저렇게 엉켜 복잡한 사회를 이루었다. 바로 우리네가 만든 사회가 아닐까. 이런 세상을 벗어나 세외(世外)에서 살게되어 고맙다.
개울따라 걸으면서 깨끗한 물이 정겹게 모여있는 것을 본다. 푸르름이 여전한 모습이 생명체들은 여전히 생존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나의 삶처럼 고요가 머물고 있다.
걷는다는 것, 제일 쉬운 운동인 것 같다. 그저 팔다리를 움직여 산촌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러니 눈도 이리저리 탐색을 하며 움직인다. 이른바 안구운동이 된다.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들을 들으려고 귀는 늘 쫑긋거린다. 귀도 걷는 다리를 따라 열심히 운동을 한다. 자연이 내는 미세한 냄새를 맡으니 걸으며 하는 탐색작업에 한몫을 담당하니 코도 충분히 운동을 한다. 온 몸이 걸으며 같이 운동을 하고 감각기관들도 운동을 한다. 5감을 넘어 자연의 느낌을 탐색하는 나를 느끼며 고맙다.
이제 5시도 전에 해가 진다. 모처럼 하루가 간다는 것을 하늘에서 확인하며 감사한 날을 보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는 늙어간다. 매일 조금씩 늙어감이 느껴지니 고맙다. 세상의 사람들은 호강을 말하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을 하며 이승에서 삶을 누리고 싶어한다. 대체로 우리네는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삶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 결과 나는 이승에서 많은 성장을 했고 내가 어려서 알고 싶어하던 것들의 답을 찾았다. 그러니 이제 삶을 마무리 했으면 한다. 나의 책무라 생각했던 두 딸의 삶도 확인했으니 이도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들이 사회에 플러스 요소로 살고 있음에 고맙다.
나는 그래서 지금이란 순간만 산다. 무엇을 미리 구비할 필요도 없고, 저장이란 것이 필요 없다. 지금에서 더 살아있는 동안 내가 새로이 획득한 삶의 방식을 더욱 나의 것으로 만들고 유연하고 가벼운 존재가 되면 된다. 그렇게 살게 되어 고맙다.
우리 인간은 개똥밭에 굴러도 의연한 인간으로 개똥밭에서 세상을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며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야 한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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