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9. 수요일

오늘 점심으로 생선과 냉이를 튀겼다. 밭을 뒤져 냉이를 캐고, 쑥을 조금 뜯었다. 밀가루를 풀어 튀김옷을 만들어 생선과 냉이, 그리고 쑥에 입혀 튀겼다. 흐린 날이지만 마당에 앉아 튀김과 밥을 먹으며 기분이 매우 좋았다.

밭과 마당, 산 등에서 먹을 것들을 즉시 뜯어서 사용하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던 생활방식이다. 그런데 봄이 되자 즉시 이렇게 실현되는 것이 기쁘다.

점심을 먹고 정원을 정리하며 개미나리를 뽑았다. 잎만 정리해 뜨거운 물에 데쳐서 물에 담가 놓았다. 쓴 맛을 빼기 위해서다. 저녁으로는 점심때 쓰고 남은 튀김 옷을 고구마에 입혀 튀겼다. 그리고 낮에 먹다 남은 생선과 냉이 튀김을 다시 튀겼다. 그리고 개미나리를 꼭 짜서 고추장에 무쳤다.

쓴 맛에 매콤 달콤이 추가 된 개미나리 나물과 튀김이 매우 잘 어울렸다. 튀김 만으로 저녁을 먹었으나 곁드린 개미나리 나물이 입맛을 산뜻하게 추스려 줘 즐거운 식사를 했다.

내가 키우지 않아도 자연에서 저절로 만들어 준 풀들로 음식을 해서 먹는 기쁨, 신기하고 기묘한 느낌이다.

이런 산골의 생활은 'slow life'이다. 천천히 자신을 거두고, 관리하며, 자연을 즐기는 삶인 산골의 삶. 여러 문제가 단추하나 눌리는 것으로 진행되는 도시의 삶과는 그런 측면에서 다르다. 하루에 5 번 다니는 버스에 읍내 나가는 것도 해결한다. 그것은 도시의 조급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기다림의 여유를 배워간다.

스스로 자신의 먹거리를 찾고, 채취하고, 그러면서 늘어나는 먹거리 정보와 풀 뽑기. 봄이 되면서 정원과 밭을 정리하는 일이 나의 움직임을 요구한다.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생활이 나의 건강을 관리해 준다. 그런 일이 자연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한다. 들여다 볼수록 신비한 세계, 균형이 중요함으로 내게 다가온다.

삶의 균형, 자연의 균형을 배워가며 여유를 되찾은 나. 20대 삶의 이유를 깨닫고 가졌던 여유를 되찾게 한다. 인생의 길을 돌고 돌아 20대에 추구하던 곳으로 이제야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