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7. 월요일

오늘 낮 화창한 봄날이었다. 산들거리는 봄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그런 한낮에 점심을 마당에서 봄바람과 함께, 나비들과 함께, 시냇물과 대면해서 먹으니 지극히 행복했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들고 환한 햇빛 아래에서 멍 때리고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빛에 반짝이는 나무들과 자연과 시냇물과 봄기운에 몽롱한 골짜기의 기운과 하나가 된 느낌이다.

그렇게 신선으로 나는 몇 시간을 보내니, 하늘이 흐려졌다. 그래서 어제 씨를 뿌린 밭 고랑에 파씨를 심었다. 그 밭 고랑은 달래와 이름 모를 씨 2 종류, 그리고 파씨를 품었다.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사뭇 기대가 크다.

그리고 어제 잘라 놓은 감자를 밭 2 고랑에 심었다. 내가 심은 감자 모두가 싹을 낼지 모르니 촘촘히 감자를 땅 속에 묻었다. 어떻게 심는 것인지 모르고 땅 속에 박은 그 감자 조각들이 싹을 내고, 감자라는 먹거리를 내게 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주리라 은근히 기대한다.

내게 주어진 밭뙈기 중 2 고랑 가득 감자를 묻고는 일단 나는 흐믓하다. 만족스러운 내게, 그리고 밭에 봄비가 내린다. 내게 주어진 밭에서 무엇이 만들어질까. 무척 기대가 된다. 작년에 어린 파들을 얻어서 전을 부쳐 먹은 기억이 있다. 야리야리한 파의 맛이 혀끝에 감돈다.

오늘 뿌린 파씨는 작년에 살았던 마을의 할머니 친구가 내게 선물한 것이다. 작은 파씨를 땅에 무더기로 뿌렸는데...어제의 씨들도 많이 많이 땅에 넣었는데... 잘 자라줄까?

농사일을 아무 것도 모르는 나로서 제대로 배우고 하려면 나는 피곤하다. 피곤한 느낌은 아예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농사일 OJT(On thr Job Training)로 생각하고, 기대도 접고 멋대로 해본다. 깊게 또는 많이 생각하면 행동하기가 어렵다. 그냥 휙 해보는 것이다. 단순하게.

저녁 때가 되어가니 집에 들어와 아궁이에서 장작을 때고, 저녁을 먹고, 치우고 잘 준비를 이미 끝냈다. 보람 찬 나의 하루, 만족스러운 나의 하루. 고마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