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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9일 목요일 맑음
요즈음 산촌을 걸으면서 봄이 오는 느낌과 기운을 즐긴다. 걷는 나의 등을 따사로운 햇살이 쓰다듬는다. 따사롭다는 느낌은 나뿐 아니라 산촌의 모든 식물들이 즐기고 있을 것이다. 겨울은 이제 자신이 갈 때가 되었음을 이해하고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잔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나 개울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 있다. 얼음의 결정체 형태가 대체로 아름다웠으나 올 겨울엔 그런 형태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햇살이 산촌의 모든 생명들에게 광명을 내리고 있다. 기쁜 날임을 알린다. 동시에 밝은 세상에서 제대로 모든 것을 보라고 한다. 한순간에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대지진을 보라고 한다. 자신이 해당자가 아니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만은 없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이다. 어딘가에 발생한 일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교만을 제대로 알아차리고 겸허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함도 챙긴다.
이런 인류가 내전으로 서로를 죽이고, 부모가 어린 자식을 때려서 죽이고, 서로 물질을 빼앗고 영토를 빼앗고, 이런 모습은 인류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약육강식을 하는 동물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오래 진화의 길을 가면서 벗어야 할 모습이리라. 약육강식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인류라 여긴다. 사실 그런 모습은 재난의 현장 어디에서나 보여진다. 이것이 진화의 방향이라고 본다. 펼쳐진 진화의 과정이리라.
이제 겨울이 가면서 봄이 다가오며 이별을 예고 한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짐이 따른다. 금산의 산촌에 와서 알게된 젊은 부부가 강원도로 이사를 갔다. 나의 집 전반을 관리해준 그가 있어서 나는 참으로 편하게 살았다. 내게 택시까지 되어준 그에게 깊은 감사를 하며 헤어졌다.
만나면 헤어지고, 또 새로움을 만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꽃을 바라고. 삶은 그런 것이리라. 오고 가고...
대지진을 만나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노스트라다무스 등의 예언이 두려움과 함께 떠오른다. 인류의 대재앙이.
그냥 오늘만을 산다. 교만을 경계하며.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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