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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19일 일요일 맑음
가까이에 꽃이 찾아와도 몰랐다. 며칠전 집에 피어난 매화를 만났고, 어제 오후 걷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집뒤 언덕 위에 생강나무 전체에 꽃이 피어 있었다. 그리고 또 매화나무도 꽃이 피어있었다.
그제는 걸으면서 눈이 바닥을 보고 걸었기에 보지를 못했나보다. 눈이 어디를 향했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챙겨든다. 늘 같은 길을 걸으며 눈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그 모두를 훑게 되지는 않는다. 인간이 살면서 보는 것도 그러리라. 보이는 것이 다르니 세상과 삶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도 다르다는 사실, 그러니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런 사실을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삶과 세상에 너그러워지는 방법이다.
요즈음 마당과 꽃밭 정리를 하느라 나름 바쁘다. 가을을 지나며 했더라면 봄이 수월했으리라. 미룰 수 있는 것은 미루다 봄이 새싹을 만드니 이제 바삐 정리한다. 늘 기운이 없지만 요즈음 봄이 기운을 내게도 조금 만들어 주었다. 그덕에 움직임이 조금 나아졌다. 봄이 만들어내는 생동감이 내게도 전해진 것이다. 고마운 봄이다.
꽃밭에서 과거의 흔적이 지워지고 깨끗해지는 부분이 나의 수고로 늘어난다. 어느새 풀들도 엄청 컸다. 풀을 뽑아내며, 지난 겨울이 혹독했음을 알아간다. 계속 월동을 했던 몇 종류의 식물이 죽었다. 추위가 오래 지속되고 끝내는 너무 가물어서 살지를 못한 것 같다. 바짝 마른 땅에 괭이밥이 붉은색으로 죽어서 오그라들어 있다. 괭이밥의 극성스러운 복제능력으로 내가 힘들어 했더니 하늘이 내린 조치인가 보다. 고마운 일이다.
마당 구석에 꽃잔디 꽃도 몇 개가 다소곳하게 피었다. 봄은 꽃이 피는 계절, 우리에게 축복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꽃들이 피어남에 나 자신이 축복의 존재임을 챙겨든다. 우리 모두가 다 축복의 존재이고 저마다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즐겁게 살기를 기원한다.
오늘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그런데 비는 좀 와주었으면 간절히 바란다. 고마움과 축복을 느끼며 건강한 존재로 산촌을 고요히 걸었다. 다양한 새들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너무 모르니 그들을 알아볼수도 그들을 느끼기도 어렵다. 고마운 오늘을 감사함으로 보낸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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