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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22일 수요일 맑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이 덥다. 건조한 세상, 건조한 바람이 먼지를 품고 산촌에 분다. 그래도 새싹들이 분주하게 땅을 뚫고 나온다. 자두나무에 꽃봉오리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가지마다 가득 앉아있다.
내 눈에 앙증맞은 귀여움 그자체로 보여 사진을 찍었으나 나의 감동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애고.
마을 저수지에서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 찾아갔다. 가는 길에 뱀딸기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잎의 모양이 명확하고 꽃도 예쁘다. 이제 피어나니 여러 꽃이 아니라 하나의 꽃을 피웠다. 그러다 여러 개가 보이는 친구를 간신히 만나 사진을 찍었다.
과거의 흔적들, 낙엽을 헤치고 그들은 태어나 낙엽이불 속에서 자신을 키우다 이제 태양을 만나 꽃을 피운 그들이다.
저수지에 갔더니 날씨가 맑아 물에도 산에도 모습이 똑같이 보인다.
다른 골짜기를 찾아가니 작은 개울(?)에 이끼와 머위가 또 나를 감동시켰다. 길에서 아래로 쑤욱 내려가 물이 작지만 흐르는 곳이다. 머위꽃이 벌써 피었고 머위와 이끼가 나의 눈을 잡았다. 나는 감동을 잘 하는가 산촌을 걸으며 많은 감동을 만난다.
여기 머위를 보니 나의 집에 머위가 나왔는지 찾아야겠다. 넓지 않은 집이라도 여기저기 늘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마당과 꽃밭을 정리해도 한 자리에 자리를 잡으면 시간이 흐르니 내게 남는 시간들이 많지 않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세상을 골고루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TV로 세상을 구경하니 별 희한한 일들이 많다. 자기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스스로 자기경영을 하느라 애쓰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자신이 조정하려고 한다. 그럼 삶이 피곤하다. 자신에게 베풀어진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면 삶이 편안하다. 미래가 불안할 일도 없다. 늘 지금이라는 시간이 베푼 상황과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하면 되니까 말이다. 불안해서 사람들은 소유를 하러든다. 그 불안감으로 '저장강박증'이라는 병도 생기는 것 같다.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면 된다. 자신의 주변과 자연과 소통하면 삶이 기뻐진다.
새 잎을 내느라 바쁜 나무, 그러나 겉으로 그 바쁨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아래 부분은 지난 해 논이었다. 논의 주인은 수확을 하고 논은 좌악 갈아주었다. 그러니 겨울부터 지금까지 논은 자신이 먹은 과거의 흔적들을 열심히 소화하고 양분으로 흡수할 것이다. 그런 것이 자기경영이다. 나무의 자기경영, 논의 자기경영 말이다. 하지만 논도 아무 내색이 없다. 파란 하늘이 무심히 그들을 본다.
삶, 생명, 모두 무엇인가 바쁘지만 무심하게 흘러간다. 걱정을 왜 하는가. 파란 하늘이 보살피고 밝은 태양이 경영을 하는데 말이다. 그런 믿음으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보살피며 사는 것이 삶이라 여겨진다.
봄이 꽃과 함께 오니 더욱 기쁘고 즐겁다. 기쁨과 즐거움이 바람과 함께 널리 퍼지기를 소망하는 오늘이다.
그냥 밝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살자.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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