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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26일 맑음
며칠 사이에 나의 집에 있는 여러 꽃이 피어나 나를 반긴다. 지금 맑은 햇살에 모처럼 이불을 마당에 널며 보니 작은 꽃들이 새생명들이 환한 모습으로 다정하다. 바람은 살랑거리며 나를 반긴다. 꽃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왼쪽의 꽃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그러다 일찍 보라색 꽃을 피워 묘한 예쁨을 내게 준다. 꽃은 해를 보면서 점점 짙은 색이 된다. 전에는 몰랐으나 시골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꽃이다. 몇 낸째 봐도 늘 기쁨을 주는 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들은 생존능력도 번식력도 상당히 좋다. 올해는 꽃이 한 20일 정도 빨리 핀 것 같다.
꽃들이, 새싹이 피어나는 요즈음 나 또한 나의 삶을 점검하며 다시 재정비를 한다. 그리고 나의 소망도 다시 재정비한다. 나의 소망, 그것은 누구나 자신이 대단한 존재임을 믿고, 당당하고 담대히 사는 것이다.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게 살면서, 자세히 살펴야 보이는 작은 꽃이든 확 눈에 띄는 화려한 꽃이든 꽃을 피울 존재임을 믿으면서 사는 우리 모두였으면 한다. 크고 화려한 꽃이나 소박한 꽃이나 비밀스럽게 피어난 작은 꽃이라도 저마다 신선한 자극을 준다.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모두 꽃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나다.
꽃밭에 매발톱의 새싹이 제법 크다. 나는 그들이 좋다. 잎의 모양도 예쁘고 내가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친구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들은 이제 여러 색의 꽃이 의도치 않게 모여졌다.꽃의 색이 새싹의 색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산골에서 꽃을 가꾸며 신기함을 많이 만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으로 그들이 뛰어가 태어나기도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미처 알지도 못했던 산촌이라는 공간에 튀어들어와 사는 것과 같이 말이다.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불편하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도 이동을 한다. 그 과정은 땅 속에서 일어나 보지 못하지만 결과가 지상에 드러나면 비로소 알게된다. 내가 산골에서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만들고 나를 거기에 적응시키 듯이 말이다. 이것이 위대한 생명력이다.
사람들, 그런 본능적인 활동으로 삶을 살아간다. 사람은 살기가 힘들어지면 자신을 자기가 그렇지 않음을 느끼기 위하여 얄궂은 행위를 한다. 자신은 모르지만 남이 보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누구보다도 월등하게 제대로된 신념을 가지고 산다고 여긴다. 그에 맞는 자기만의 논리구조를 만들고 힘을 실어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주변을 피곤하게 한다. 그런 것을 느끼게 되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집에 들어가는 풀밭 일부에 예쁜 풀꽃이 피었다. 엔젤이란 안어가 이름에 붙었던 꽃이다. 이들이 많이 피면 어느 꽃 보다도 사랑스럽다.
산촌에는 예쁜 새들이 지저귀고, 개울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고, 여기저기 풀꽃들이 저마다의 예쁨을 자랑하는 꽃피는 마을이 되어 간다. 봄이 시작되더니 쏜살같이 변화를 유도한다. 추위에 조금은 위축된 모습으로 있던 멜라초(개미나리)가 활짝 벌어져 꽃을 피웠다. 여기저기 그들의 신속한 출몰이 놀랍다.
머위도 잎을 내고, 부추도 달래도 돋나물도 자신을 먹어달라고 나를 부른다. 게으른 나는 그들을 먹으려 하나 밥 때가 되면 그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음식을 간단히 해서 먹는다. 하지만 이제 야채를 사러 읍내에 가지 않아도 된다. 마당에서 뜯어 먹으면 되니까.
올해는 잎채소를 심어서 키워 먹으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점점 빨리 깊어지는 봄이다. 전국에 꽃들이 활짝 피어 구경을 나선 사람들이 많다. 즐거운 봄이다. 누구나 예쁜 꽃이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꽃, 자신에게 부과된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꽃을 피워야 하는 존재. 자신만의 꽃을 피우는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축복이 주어졌고 또 주어진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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