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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20일 월요일 맑음
오늘 아침 밖은 서리가 하얗게 얼었다. 하지만 어제는 산촌이 전날 밤에 내린 비로 촉촉했다. 봄기운이 가득찬 산촌, 잠이 든 나무들에 깃들어 잠 자던 신성(神性)도 일제히 깨어난 듯한 느낌으로 내 안의 신성과 교류를 하는 것 같았다.
'신성(神性)' 누구에게나 깃들어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깃들은 신은 모든 생명에게 판단하고 선택할 자유를 준 것 같다. 물질적인 몸을 가지고 태어나 물질계에서 사물과 세상을 이해하고 성장해 종국에는 물질계를 벗어난 온전한 의식체(영혼)가 되는 것이 아닐까. 산촌을 채운 신성을 느끼고 그에 반응하는 내면의 신성을 느끼며 오늘도 감동한다.
주말에 윗동네 쪽으로 올라갔다. 거의 끝에 다다를 무렵 쓰레기가 쌓였던 곳에 쓰레기를 모아들인 아저씨가 이제 산다고 한다. 그는 핀 우산으로 표면을 또 가리느라 노력했다. 왜 이렇게 살까. 그의 거처는 지나간 누렇게 마른 억새 무리처럼 보인다. 그가 이런 삶을 사는 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신성을 깨나지 못하게 꽉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1차선 도로 바로 옆인 이곳, 그가 땅주인이라고 한다. 그의 머리는 혼란 그자체일 것이다. 그저 눈에 띄는대로 주어들이고, 눈에 띄는 곳에 던져놓고.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났을까. 神성을 모름으로써 만들어진 삶... 오호애재...
요즈음 쓰는 세수비누를 보니 내가 비누를 오른 손에 잡고 뱅뱅 돌리면서 쓰는게 그대로 반영돼 변형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느껴졌다. 아니 일반인들이나 나도 마찬가지이다. 비누의 처음 모습을 비누는 여전히 자신의 모습이라 여기지 않을까 한다. 우리 모두는 처음의 모습, 자신이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유지 된다고 여기며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이 진행되면서 그 모습은 비누처럼 변형이 됐지만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왜곡된 삶을 사는 것이리라. 그런데 지도자급이라 자신을 여기며 자신의 왜곡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꾸준히 주장하는 사람들을 계속 뉴스에서 만난다. 그런 사람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왜곡'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나는 다시 챙긴다.
그런 생각에 나의 수치스러운 과거들이 내 기억의 밑바닥에서 다시 치솟으며 마음에 흙탕물을 일으켰다. 잘못된 생각들, 모르는 사람과 세상 가운데서 잘못된 판단을 하고 선택을 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에 따른 책임을 다하려는 의식, 등등 나는 '모름'으로 점철된 삶으로 흔히 말하는 실패라는 단계의 바닥까지 갔다. 그러한 기억들이 일으키는 흙탕물 속에서 나는 살아 나왔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알게 되었고,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았다. 그리고 꾸준하게 '앎'을 확장해 가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지금 기억들이 일으킨 흙탕물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비가 많이 오면 집 앞의 개울물은 흙탕물이 되어 맹렬하게 흘러간다. 그러면서 개울에 버려진 많은 쓰레기들을 품고 흘러간다. 내 안에서 일어난 흙탕물도 내가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이에 흘러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도 있으리라. 내가 겪어낸 많은 수치들, 잘못된 생각들이 나를 늘 성장시키고 있음에 고맙다.
삶, 살아온 모든 삶은 서로 자극을 해 자신을 일깨우고 보완하게 한다. 내면의 神성을 믿음으로써 엎어지고 깨지면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로 가게된다는 것이 70년을 넘게 살아가며 확신한 진리이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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