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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16일 목요일 맑음
오늘 해가 쨍쨍하지만 날씨는 쌀쌀하다. 어제 아침 하늘에는 흰구름이 많이 늘어섰지만 해가 빛나는 색다른 맛을 주었다.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읍내에 갔다. 읍내는 봄이 여기 산촌 보다는 훨씬 빠르니 꽃구경을 하러 나선 것이다. 읍내 버스에서 내려 흰구름이 있는 파란 하늘을 사진 찍었다.
볼 일이 딱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읍내에서 빈둥거리러 나간 나였기에 아파트 지역을 어슬렁 거렸다. 단독주택 몇 군데에서 활짝 핀 꽃을 만났다.
담을 넘어 노란 꽃이 흘러내려 개나리인줄 알았으나 그들은 개나리가 아닌 귀엽고 예쁜 꽃이었다.
나의 산촌에서는 지난 주에 처음 민들레를 만났다. 그는 겸손한 듯 자그마하게 피어있었다. 그런데 읍사무소 담장 아래 민들레는 크고 이미 꽃이 진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정갈하게 리모델링한 집을 만났다. 대문이 있어야 할 듯한 곳에 재미나게 자기의 영역을 표시한 아이디어를 만났다.
점심을 요즈음 젊은 친구들이 먹음직한 식당을 찾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쉬고 걸으러 나간 산촌, 하늘은 다이내믹하게 바뀌었다.
그러다 만난 매실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쩌다 찾은 골짜기 그들이 아무도 없는 골짜기의 쓸쓸함을 덜어내고 있었다.
이 골짜기에 들어설 때 작은 개울에 축대를 쌓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매번 개울에 축대를 쌓는 걸 보면 흰 천을 대고 돌을 쌓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걷다가 개울을 보니 '죽음'이 떠올랐다. 개울에서 물 한 바가지 떠내도 개울은 똑같은 모습으로 흐른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떠낸 물을 길섶에 붓는다. 빠르게 흙 속으로 사라진다. 이런게 죽음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 사람이 죽어도 인류가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흐름은 계속된다. 흐름에서 죽은 사람이 빠져도 전체적인 흐름에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물이 다른 곳에 버려져도 여전히 물이다. 사람도 육신을 벗고 어떤 존재의 변화만 있을 뿐이라고 본다. 내가 긴밀하게 여겼던 Y의 죽음, 그가 빠진 세상은 여전히 흐른다.
어제도 바람이 심했고 오늘도 바람이 심하다. 그래도 햇살이 찬란하니 모든 생명이 오늘을 찬미한다. 나는 이제 또 걸으러 나간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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