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3월2일 수요일 맑음
오늘 아침 방 뒤의 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출렁이며 춤을 추고 찬란한 무늬도 만들었다. 무심코 눈을 드는 순간 뭔가 큰 뭉치가 창문 밖에 떨어지는 것 같아 눈여겨 보니 꿩이다. 휴대폰으로 기념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창문을 열면 날아갈까 우선 창문 앞으로 다가가 일단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살그머니 창문을 여니 민감한 녀석이 알아차리고 도망을 간다. 뛰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기우뚱 거리듯이 도망간다. 애석하지만 그래도 창문 안에서 한 장을 남겼으니 다행이다.
내가 기운이 넘치면 집 뒤의 경사면도 좀 멋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앞 마당도 내겐 버거우니 ... 처음엔 이곳에 두릅나무가 여럿 있어 내가 먹기에 넉넉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들어 두릅을 봄에 맛만 보는 정도가 되었다.
바람이 쌀쌀하게 종일 불었다. 개울을 메운 억새들이 하직인사를 하듯 춤을 추기도 한다. 그들은 지저분하게도 보인다. 어지러운 세상 같기도 하다. 무엇인가 결핍에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햇살을 품은 개울물이 바람으로 아름다운 흐름을 한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노란 꽃을 피우는 상사화의 싹이 생동감을 주며 집 뒤의 구석에서 솟아났다. 봄날 그들은 생명력의 힘을 과시하며 매해 집의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상사화 친구들이 집의 여기저기에서 자라지만 집 뒤쪽에만 싹이 났다. 그들은 자신을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직 솟아나지 않은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야 자신을 키우고 땅을 뚫고 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도 남의 시선이 아니라 에너지를 자신에게 집중해서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종일 어제는 흐렸다. 그러다 해가 지면서 맑았다. 종일 숨었던 태양이 미안하다는 듯 인사를 하면서 어제가 갔었다.
오늘은 종일 쌀쌀한 바람과 함께 햇살이 찬란했다. 오후 걷기를 하는데 어디선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났다. 봄이구나...
visionary 이화순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