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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13일 월요일
며칠 일기를 쓰려고 마음만 먹고 노트북을 열지 못했다. 봄기운에 마음이 설레이는 시간들을 보냈다. 어제는 포근함에 끌리어 마당에 나가 제법 큰 풀을 뽑았고, 꽃밭에 남은 지나간 생명의 흔적들을 정리했다. 잔재물을 정리하니 초록의 예쁜 아가 같은 새싹들이 나를 반겼다. 내가 귀엽지만 미워하는 괭이밥도 어느덧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비가 주룩주룩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사방이 예쁘게 눈에 덮혀있었다. 비에 젖은 세상에 눈이 내리니, 그것도 물기가 많은 눈, 나뭇가지 등 사물에 착 달라붙어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사라질까봐 현관에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일찍 그들이 꾸민 세상을 보러 나가야 했으나 게으름을 피우다 11시가 넘어 나가니 이미 눈은 거의 다 녹아 사라졌다.
봄날 같은 날씨여도 아침에는 쌀쌀하다. 산 위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에 서리가 얼어붙어 조금은 풍성해 보인다.
봄기운에 폭 싸인 산촌의 작은 마을, 새들은 바쁘게 날아다닌다.
겨울이 아닌 듯하게 예쁨을 자랑하는 사철나무(?).
아직 자신의 씨앗을 다 날려보내지 못한 모습. 마음이 급한 듯 날개를 활짝 폈다.
겨울을 굳건하게 푸른 잎으로 버티어낸 ... 갑자기 이름을 잊었다. 깜박깜박하는 나의 머리. 편안하게 나의 상태를 받아들인다.
엉키고 엉켜 카오스란 이런 것이야 알려주는 개울 옆 생명들의 엉킴. 이리저리 엉켜서 겨울을 잘 보냈구나. 이제 생각이 났다. 맥문동이구나. 다행히 이곳에서 나가기 전에 기억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했다.
겨울내 개울에서 개울변을 장식한 억새.
여기저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지나간 생명으로의 억새들이 바람을 즐기고, 얼었다 녹으며 갖은 모습을 연출하는 개울.이 모습 저 모습으로 자연은 하루도 같지가 않다. 작은 차이를 알아차리면서, 이리도 즐기고 저리도 즐기고. 자연과 하나되어 산다는 것에 오늘도 감격한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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