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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4일 금요일 맑음
오늘도 쌀쌀한 날이다. 아침에 잠깐 눈이 날렸다. 하지만 지금은 해가 마을을 찾아오고 있다.
설 직전의 목요일 단골 식당에 갔다가 사장의 고심 사항을 들었다. 그 식당은 19년도에 이전을 했다. 천변에 무허가 식당들이 있었는데 19년도에 다 철거가 되어 나의 단골 식당은 새로 집과 식당을 짓고 이사를 했다. 새로 땅도 사고 집도 짓고 하는 작업에는 당연히 있는 돈을 다 넣게 되고 대출도 있음이 분명하다. 정상적인 영업이 되었으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COVID-19로 그렇게 되지 못해 그간 어려웠음이 분명하다. 먹고는 살아도 대출이자 감당이 힘들 것이고, 원리금 상환의 경우는 더욱 힘들게 목을 죄었을 것으로 예상돼 신경이 쓰였었다.
그 식당은 지원금도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전 작업으로 19년도 실적이 제대로 없어서란다. 그렇게 깊어지던 시름, 가까운 사람들의 지원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을 했더라도 이제는 목구멍을 넘어 꼴각 거리니... 대출을 다시 더 받아 해결을 시도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국세 미납이 있어 또 주저앉은 꼴이란다. 적은 금액으로도 사람은 절망에 빠져 꼼짝달싹을 못하기도 한다.
치약을 칫솔에 짜는데 치약이 거의 다 쓴 것이면 힘주어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고, 그래도 충분한 양이 안되면 중간을 가위로 자르고 칫솔을 넣어 치약을 칫솔에 바른다. 그런 방식이라도 내가 그 식당에 힘을 주기로 했다.
설 연휴가 지나 해결해 주어도 되지만 그녀는 불안감을 가지고 설을 지내야 한다. 그러니 하기로 결정한 즉시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나는 사실 능력이 없다. 그래서 Y사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빌려주면 연휴 끝나고 갚겠다고. Y사장이 즉시 식당 사장에게 돈을 보내 주었다. 나는 어제 인터넷으로 생활비 통장의 돈을 Y사장에게 보내고, 농협 - 농협의 통장은 조금씩 비상금을 모으기 위해 통장으로만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 까지 걸어가서 비상금을 찾아 마저 보냈다. 그렇게 나는 내 통장을 다 쓴 치약통에서 간신히 치약을 칫솔에 묻히듯이 돈을 싹싹 빼내고 빈 통장으로 만들었다. 식당 사장이 대출을 받아 내게 돈을 줄 때까지 나는 돈이라는 것을 쓰지 않고 살면 된다. 그게 늦어지면 25일 연금이 나올 때까지 돈을 쓰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내게 지금 먹거리가 많다. 그냥 먹고 살면 된다. 매달 나오는 연금이 너무 고마운 순간이다. 그리고 나의 결정이 고맙다. 내게 도움을 줘 돈 처리를 즉각적으로 해준 Y사장에게 고맙다. 그에게 축복을 기원해준다.
나는 인류가 이렇게 살면 모두에게 여유로움이 흐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개울에서 물이 흐르면서 생명들을 키우고, 나무나 풀뿌리를 적시면 개울의 주변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리라 여겨본다. 나의 단골식당에겐 응원이 되고, 도와준 Y사장에게 축복의 동인이 되고, 내겐 뭔가 뿌듯함이 흐른다. 축복의 통로라도 된 느낌이다.
개울의 물은 얼었어도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른다. COVID-19로 얼어붙은 자영업자들의 자금흐름이 해동되기를 간구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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