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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16일 화요일 변덕스러운 날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코로나가 없었을 때 마을에서는 모여서 식사를 하고 윷놀이 등을 하며 놀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땅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한 상태로 살짝 내려 있었다. 그들은 햇살에 곧 녹아버렸다. 난 12시 가까이 산촌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함박눈이 휘날렸다. 하늘에는 해도 구름도 있었다. 함박눈은 땅에 내려 앉는 즉시 녹아 사라졌다.
2 시가 넘어 오후 걷기를 위해 나서니 또 눈이 휘날리다가 곧 사라졌다. 날씨가 춥지는 않지만 바람은 찼다. 4 시가 넘어 난로에 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옮기다 보니 갑자기 눈이 휘몰아 왔다. 느닷없는 광경이 내 눈 앞에 펼쳐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 곧 또 눈의 날림은 가라앉았다.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바람도 간혹 아주 세게 불기도 했다. 변덕스럽게 연출되는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을 홀로 즐기는 기쁨. 내가 굉장히 위대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나는 매일 산촌을 걷는다. 걸으면서 같이 팔운동도 한다. 그리고 어쩌다 만나지는 사람이 있어 산촌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챙긴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새들의 지저귐도 듣는다. 새들이 지저귀는 것만이 아니라 외치는 새도 있음을 알게 되고 독특한 소리를 내는 새들이 있음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새들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매일 산촌을 걸으며 자연과 소통을 한다. 신과의 소통도 한다. 내가 새로 깨달은 사실을 다시 챙기고 그것으로 나를 단련한다. 내가 성장을 원하나 그 성장이란 것이 얼마나 미세하게 진행되는지를 알아차린다. 그런 과정에 버려야 할 것이 보이면 버리는 작업을 한다. 버렸어도 어느새 다시 들어와 앉아 있는 것도 있으니 발견 즉시 버린다. 성급함은 이제 의미가 없다. 나는 그렇게 사는 사람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고요함에 앉아 즐기는 삶이 나의 삶이라 기쁘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다." 미약함에서 창대함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고 있어 기쁘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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