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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5일 토요일 맑음
오늘도 화창하고 바람이 엄청 분다. 가뭄이고 강풍이 부니 산불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니 걱정이다. 산촌에 살면서 좋다고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산들이 공간을 포근하게 싸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방이 탁 틔어 있으면 바람이 더욱 매울 것 같다. 산불도 그치고 전쟁도 그치고 코로나도 그치고 모두가 화창한 햇살을 즐길 여유롭기를 바란다.
지금 오전의 걷기를 끝내고 돌아왔다. 조금 전에 찍은 복수초 사진, 11시가 다 되어야 이제 꽃잎을 벌린다. 햇살과 함께 피어나고 태양과 함께 꽃잎을 닫는 친구들이다. 봄이라고 마당에 꽃이 피기 시작했음에 고맙다. 요즈음 땅바닥을 보면 여기저기에서 쏙쏙 푸르름이 솟는다. 그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에 늘 경탄하게 된다.
복수초가 핀 옆에 지나간 겨울에 피었던 민들레가 또 꽃처럼 예쁘다. 추위에 그들은 자신들의 씨앗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예쁜 생명의 신비로움이다.
매해 마당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꽃밭을 제대로 유지하지를 못했다. 마당을 일단 깨끗이 하고 꽃밭의 잡초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게으른 나로서는 그것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래서 마당에 지금 돌을 깔아 잡초가 생기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돌을 개울에 가서 줏어 오는 것도 일이고 그것을 하나씩 땅속에 심는 것도 일이다. 그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하루에 1~2 시간 정도 햇볕을 쬐며 작업을 한다.
그리고 집 옆의 산골짜기에서 이끼를 얻어와서 조금 깔아 봤다. 한 곳에서 3 종의 이끼를 얻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이끼는 말랐다가도 물을 만나면 다시 살아나니 일단 돌을 깔면서 자리를 잡아 이끼밭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마당은 조금만 파면 돌들이 나온다. 돌들을 파내면서 주워온 큰 돌을 심고 자리를 잡아준다. 흙속에서는 여러 종류의 풀뿌리가 나온다. 이것들도 하나 하나 줏어 버린다. 이미 태어난 잡초는 뽑는다. 그러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천천히 햇살을 즐기면서 마당에서 논다. 나는 '열심히'라는 것을 버린 사람으로 즐기는 삶을 살뿐이다.
요즈음 집안이 밖보다 춥다. 집 안에서 난로 피우고 앉아 있는 것 보다 자연의 난방이 훨씬 따뜻해 따스한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산촌에서 사는 것은 실내 보다는 실외에서의 생활 시간이 훨씬 길다. 고마운 삶을 즐길줄 아는 내가 대견하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q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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