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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13일 일요일 비
밤에 자면서 잠깐 빗소리를 들었다 기쁜 소리를. 지금까지 비가 내리니 좋다. 산촌의 모두가 축복을 느끼며 더욱 본격적인 소생을 할 것이다. 어제는 개구리가 거의 종일 개구리가 여기저기에서 울어댔다. 비가 오려고 더욱 울었나보다. 산촌을 걷다 보면 가끔 어디에선가 끼룩 거리던 개구리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는 봄이다.
어제는 나의 게으름으로 아직까지 꽃밭을 지키던 지나간 시절의 꽃대를 자르면서 그 밑둥에서 새로 태어나는 새싹들을 만났다. 많은 풀들이 꽃밭에 이미 퍼져 있다. 누가 풀이고 꽃이랴. 참으로 세상 일이란 묘하다. 무엇이 기준이 되어 꽃이 되고 잡초가 되었을까. 나의 기준은 지나친 번식력을 기준으로 한다.
집을 들어서는 옆 귀퉁이에 복수초가 태어나 꽃을 피웠고, 겨울을 붉은 색으로 보낸 관상용 달맞이꽃이 봄이라고 제 모습을 갖춰간다. 그리고 아기똥풀이 제법 크게 자라나 있다. 노란 꽃잎이 4 개인 아기똥풀은 흔한 풀이다. 잡초와 꽃이라 불리우는 풀들이 나의 꽃밭을 채워간다.
산촌에 살면서 예쁜 새싹들을 보며 감탄을 한다. 여러 겹의 장미꽃 저리가라는 예쁜 새싹들이 땅에서 솟는다.
매발톱의 잎도 예쁘게 만들어져 잎을 피워간다.
아래의 친구들은 겨울에도 조금은 초라해진 듯한 모습이나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지낸다. 그러다 이제 봄이 되니 자신있게 잎을 키운다. 그들은 줄기를 뻗어가며 자신의 삶을 확장한다.
꽃밭에서 처음 본 이상한 걸 만났다. 여러 개가 꽃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번데기인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누군가 알기 위해 하나를 뜯어 까보려고 했으나 예상 외로 단단해서 제대로 그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꽃밭에 던져 두었다.
나는 지금 봄을 맞으며 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을 집에 박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기만 했다. 그러다 어제 오후에 기운을 내기 위해 꽃밭 정리를 나섰으나 1 시간 정도의 일에 녹초가 되었다. 깨끗이 정리를 하지 못하고, 나중에 잡초를 제거하면서 정리를 하려고 끝을 냈다. 그리고 잘라낸 꽃대들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 난로에서 태웠다. 불은 붙이기도 힘들지만 끄기도 힘들다. 아직도 깨끗이 정리되지 못한 산불로 걱정이니 산촌에서 불을 함부로 피울 수 없어서...
오늘의 비가 만든 빨래줄의 물방울. 매달린 물방울을 보면 자동 표면장력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이제 기억에서 사라져도 되건만... 빨래줄 물방울의 종종종 매달린 모습은 늘 상쾌한 기분 좋음을 준다. 변화가 심한 세상이지만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음을 확인시켜주니 안정감도 주는 것 같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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