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3월26일 토요일
밤새 센 비가 왔다. 어둠이 시작되면서 내린 비가 12 시간에 걸쳐 균일한 세기로 내리며 가뭄 걱정을 해소시켰다.
어제는 흐렸고 그제는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해가 났었다. 그 이틀 동안 나는 종일 꽃밭을 정리하며 풀을 뽑았다. 몇 년간 공간을 확장한 꽃들이 서로 엉켰고, 어떤 친구는 뿌리가 엄청 커졌고 늙었는지 죽었다. 그런 것을 잘라내고 영역을 정해 주는 등 꽃밭의 앞 부분을 겨우 재정비 했다. 어떤 꽃은 캐내면 흰 뿌리가 쑤욱 나온다. 땅 속에서 흙이 하나도 묻지 않은 흰뿌리가...
키가 제법 크는 여름에 꽃이 피는 친구들이 꽃밭의 앞부분까지 장악했기에 그들을 캐내서 버렸다. 약간의 아이들은 집 뒤편 언덕배기에 옮겼다. 그러면서 언덕배기나 꽃밭에서 많은 굴을 발견했다. 누가 만든 굴이고 누가 사는지... 두더지일까... 굴이 너무 도처에 많다. 많은 생명 체들이 알아서들 섞여 산다.
난 그제 풀을 뽑다 달래를 조금 캤다. 그리고 머위도 잎이 나왔다. 머위 잎 4 장을 땄다. 점심에 밥을 할 시간을 놓쳐서 라면을 끓였다. 달래와 머위잎, 냉동 새우를 꺼내 넣었다. 고급스러운 라면을 해 먹었다.
이제 쑥도 따고, 달래를 캐고, 부추를 잘라 전도 부쳐먹을 수 있게 그들이 커간다. 장을 보러 나가지 않고 밥을 먹으니 대체로 야채가 부족한 식사다. 이제 한동안 야채를 넉넉히 먹을 환경은 되겠지만 귀찮음이 많으니 제대로 먹을지는 모르겠다. 부추와 달래, 취 등이 저절로 나서 넘쳐난다. 이제 돌나물도 따서 먹을만 하다.
생명, 그것도 새생명들과 노는 것은 신나는 일이고,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 환경에 고마움이 넘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