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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28일 월요일 맑음
어제는 종일 강풍이 불어 날이 매서웠다. 오늘은 화창하게 햇살이 지금 좌악 비친다. 쌀쌀하지만 곧 햇살이 따스하게 할 것임이 확실한 3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어제 아침 현관문을 여니 안개가 산촌에 가득 했다가 사라지는 순간을 보게 됐다.
어제 걷다가 마늘이 예쁘게 나란히 줄을 서서 크고 있는 밭이 예쁨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나 모르는 것은 제대로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덧 산촌살이가 10 년째여서 마늘 밭에서 겨울을 난 마늘이 이불을 걷고 자신의 위에 덮힌 비닐의 구멍을 어떻게 찾아들어 예쁠 수가 있는지를 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말의 의미를 알아야 화자(話者)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그러니 미세한 부분까지 안다면 말은 깊은 뜻을 가지고 다가올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고, 사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마늘밭을 덮어주었던 것을 벗겨내고, 싹이 자란 마늘에게 제 구멍을 찾아준다. 요즈음 보면 마늘밭을 겨울에 꼭 덮어주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그들을 심을 때 덮은 비닐에는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어 그 구멍으로 싹은 자랄 수 있다. 풀을 방지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마늘을 눈여겨 보며 미처 구멍을 못찾은 마늘 싹을 하나하나 작은 호미 하나 들고 구멍으로 꺼내준다. 농군의 수고가 끝이 없다.
비가 큰소리를 내며 왔었고, 그 덕에 집 앞 개울은 개울 전체를 메우고 맑게 소리를 네법 내며 흐른다. 상류쪽으로 가면 그들은 제법 굉음을 내며 흐른다.
마당과 꽃밭을 정리하느라 나는 종일 바쁘다. 늘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의 수용력에 항상 놀란다. 땅 속에는 오만 가지 생명체들이 있다. 그들이 제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분주하게 살아도 늘 묵묵히 품어주는 땅. 지구도 그렇게 여길 것이다. 우리 모두를 봐주고 품고 있는 지구는 지금도 인내하고 있으리라. 고마움으로 인간의 힘을 과시하며 살 것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감사로 땅을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리라.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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