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4월13일 수요일
며칠 꽃과 신록에 취해 살고 있다. 이런 만족한 기분, 상쾌한 느낌, 흥이 가득 찬 마음, 경이로움 등으로 가득찬 하루. 풀마저도 뽑지 않고 있어도 시간은 재미있게 흐른다. 어제 올해 첫 검은 긴꼬리제비나비를 봤다. 흰나비는 짝을 지어 희롱을 한다. 샛노란 나비가 가끔 보이며 흥려움을 더한다. 벌들이 윙윙거린다.
그제 나의 산촌에는 조금씩 피어나던 벚꽃이 일시에 모두가 확 터졌다. 모두에게 경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평소에 조금씩 피어나고, 누구는 피어날 준비를 하고, 누구는 지고, 그런 순차적인 모습이 없이 일거에 일어난 현상. 그래서 너무나 멋있고 화려하다. 내가 금산에 온지 10년째, 제일 아름다운 벚꽃이다.
벚꽃만 피어난 것이 아니다. 땅바닥에서도 분주하다. 키가 쑤욱 크고, 꽃들이 핀다. 나의 금낭화도 피어나고, 오래 전에 산에서 얻어온 노란꽃도 피기 시작했다. 철쭉도 필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집 귀퉁이에서 해마다 피는 흰꽃의 나무도 꽃을 냈다. 새로운 잎이 예쁜 꽃 저리가라고 예쁜 나무도 잎을 냈다.
내가 주적이라고 여기는 제비꽃, 괭이밥도 열심히 생겨나고 있다. 전몰시키려던 씀바귀도 여전히 돋아나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다. 내가 잡초 중에서 주적이라 여기는 아이들은 씨와 뿌리로 이중 번식을 하면서 확장력이 놀라운 아이들이다.
꽃들이 아름다운 산촌, 신록이 아름다운 산촌, 꽃 피는 마을이다. 예쁘게 우짖는 새들도 늘어나 흥취를 돋근다. 아름다운 삶이고, 우리들 모두는 그것을 누릴 가치가 충분한 존재들이다.
자두나무도 꽃이 하룻만에 만개를 하고 진한 향을 내보낸다. 주렁주렁 달린 자도가 연상된다. 풍요로움이 넘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1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