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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19일 목요일 ...
어제도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더욱 세게 불었다.
흔한 풀이지만 내가 귀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땅바닥에 붙어서 아주 잔 꽃을 피운다. 그리고 번식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친구들이다. 보통은 보라색 같은 색인데 몇 해 전 분홍색의 꽃을 걷다 발견해 하나 캐왔다. 풀밭에 흔하게 보이지만 분홍색은 처음이었다. 그 친구들은 나의 마당에서 발에 밟히기도 하면서 자라고 있다.
나의 무심함으로 오래 같이 살아온 친구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간신히 알아차리고 현관 아래에 작은 꽃밭을 만들고 살아남은 그들을 몇 개 옮겼었다. 이제 그들은 꽃을 피우고 있다. 무관심은 사랑의 결핍을 나타낸다. 그렇게 생명체는 생명을 잃어간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일이다.
오래전 얻어다 심은 명이나물은 번식력이 작은 친구이다. 심어놓은 자리에서 늘 꽃을 피웠겠지만 나는 이제야 그의 꽃을 봤다. 꽃은 달래와 같은 종류처럼 보인다.
어제 산촌을 걷다 개구리가 마법에 걸린듯 정지된 상태를 봤다. 다가가 보니 몸에 무엇인가 지나간 흔적은 있다. 눈도 뜬 상태로 그는 세상을 떠났나보다. 놀랍다. 가끔 뱀도 어딘가를 다쳤는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죽은 경우들이 있다. 생명의 주검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생명이 어떤 것이든...
집의 한쪽 꽃밭은 풀밭이 되었고 딸기밭이다. 딸기는 풀들과도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 그속에서도 잘 살고 자신이 살만한 곳을 찾아 줄기를 뻗어 세력을 확장한다. 그제 딸기 2 알을 따 먹었다. 조금 전에 초입에서 3 알을 땄다. 다 뒤지면 꽤 될테고, 다른 해에 비해 딸기가 빨리 결실을 낸다. 기후의 변화를 그들이 대변한다.
새가 부엌 환풍기에 집을 져서 몇 년 간 환풍기 사용을 못했다. 작년에 새집을 제거하고 환풍기에 연결되는 곳을 철망으로 막았다. 요즈음 그곳은 새의 공격으로 시끄럽다. 철망을 제거하려는 새의 노력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이기적이다. 부엌에 창문이 없다. 그러니 새야, 네가 다른 곳을 찾으렴. 근처에 새가 집을 짓기 바라며 나무상자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땅바닥에 가까워서 그들은 집을 지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떠올랐다.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세상을 살다보니 본의 아닌 미안함이 많이 생긴다. 미안하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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