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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26일 목요일 맑음
지금 내 방의 뒤창문 밖은 휘황 찬란하다. 밤 사이에 잠깐 내린 비로 모든 풀들이 안고 있는 물방울들이 햇살에 찬란하게 빛을 내며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고, 고통을 고통으로 보고 느낄 수 있고, 사랑스러움을 보고 느끼며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존재인 내가 자랑스럽다. 푸른 풀이 수없이 많은 물방울을 매달고 햇살을 찬란하게 반사하듯이 오늘 아침 나도 산촌의 구석에서 빛을 내고 있음이 느껴진다. 잠시 후에 사라지겠지만 빛을 낼 수 있을 때 그것을 즐기면 된다.
산촌의 도처에서 늘 다양하게 만나는 휘황찬란함. 그저 즐기면 된다. 이것이 무소유의 기쁨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 휘왕찬란함을 자신만의 것으로 가지기 위하여 보석을 찾아냈고, 그것을 목에 걸고, 몸에 부착하기도 하고, 손가락에 끼기도 했으리라. 너도 나도 하다보니 그 가치를 논하고 비교하면서 많은 기준을 만들었고, 브랜드를 만들고 하는 등등의 것들이 생겨났으리라.
산촌에 산다는 기쁨이 오늘 아침 강하게 나를 찾아왔다. 살면서 가지게 되는 모든 것을 비교하며 높낮이를 정하는 사람들을 떠난 기쁨.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재화의 소유를 쫓는 비천한 사람들을 떠난 기쁨. 남을 낮추고는 자신이 높아졌다는 오인에 의한 우쭐댐을 떠난 기쁨. 어리석음으로 우쭐거리며 주변에 상처를 주는 인간의 무지함을 보지 않으니 좋은 산촌의 삶이다.
소유물을 무겁게 이고지고 하지 않으며 가벼움으로 훨훨 활보할 수 있는 삶이어서 기쁘다. 그리고 고맙기 짝이 없다. 아름다운 세상을 따라 사는 나 자신에게 고맙다. 훌륭한 '나'이다.
훌륭한 나를 위해 세상은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 ㅎㅎㅎ...어제 보니 나무수국 앞에 있는 거미줄에 수국의 떨어진 꽃이 붙어서 내 눈을 잡아끌면서 재미를 주었다.
옆마당 뒷구석의 작약꽃이 여러 개 피어 사랑스러움을 준다. 그것은 세상이 내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꽃을 보면 그것도 기쁨이다.
날이 뜨거워 저녁이 되어갈 무렵 오후 걷기를 했다. 집에 돌아와 마무리 운동을 늘 3분 정도 한다. 그때 앞에 보이는 하늘이 내게는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해는 구름 뒤에 숨었고...
하루 하루 만나지는 많은 것들이 변화를 한다. 자연은 하루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늘 변화하는 흐름을 즐기며 살 수 있는 것은 한가롭기 때문이리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삶. 모든 것을 탁 내려놓고 살 수 있는 '나'에게 고맙다. 그래도 살아가게 하는 산촌의 자연과 세상에 고맙다. 고마움을 고마움으로 알아차리는 '나'는 사랑스럽고 훌륭한 존재이다.
나는 오늘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을까...그런데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며 성장하고, 그런 자신을 격려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의 삶의 본질이라고 본다.
지금 지구는 아프다. 그것도 매우 아프다. 지금 시간이 아직 있을 때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점검하고 지구를 사랑할 방법을 강구했으면 한다.
이렇게 나의 생각을 황당하게 제멋대로 떠다니게 하면서 산촌에서 또라이로 산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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