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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14일 목요일
어제 비가 산촌을 종일 오갔다. 지금도 잔뜩 흐려있다. 어제도 잠깐 비가 쉬는 사이에 오전 오후 걷기를 다 했고, 오늘 아침에도 산촌을 일차 걸었다. 산촌 전체가 물에 잠긴 듯하다.
요즈음 논에 모가 싱싱하게 자라 아름답다. 키를 똑같이 맞추어서 잘라준 것도 아닌데 모의 키가 똑같다. 집 옆의 논과 또 그 옆의 밭이 곡선의 모양으로 재미있는 모습으로 웃음을 짓게 했다.
집 바로 앞 시멘트 포장된 길의 틈에 자란 풀을 뽑아냈다. 생존할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나 생존에 그는 최선을 다했음을 그의 모습이 보여준다.
힘을 써서 간신히 뽑아낸 그는 뿌리가 길었다. 흙을 만나겠다는 열망으로 뿌리를 키운 듯하다. 그러다 시멘트 층을 지나 흙을 만나 새로운 곁뿌리를 내었다. 그 곁뿌리는 흰색으로 그도 길었다. 아마 흙을 만났어도 두껍게 포장된 시멘트 층 밑의 흙은 그가 원하는 상태가 되지 못한 것 같다. 물을 찾아 또 곁뿌리를 길게 길게 뻗어낸 풀. 수고했다. 삶의 한 모습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 이도 멋진 삶이다.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내가 마치 신이된냥 놀고있다.
요즈음 망촛대(풍년초) 풀들은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낡고 지친 키가 큰 꽃들이 추레해지는 가운데 새롭게 태어난 망춧대들이 피워낸 꽃은 신선하다. 그리고 키도 적당한 정도이다.
그래 젊음은 이렇게 싱싱하고 예쁘다. 늙은이들이 그들보다 자신을 높이 치켜들고 잘났다고 외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추레함만이 들어날 것 같다. 몸을 숙이고 성장한 존재로 다소곳함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망촛대꽃들에서 받은 자극을 내 것으로 한다.
생명체는 자신을 지키고 관리하고 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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