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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24일 수요일 비/흐림
어제는 종일 비가 왔다. 그치기를 기다리다 저녁이 오기 전에 우산 쓰고 집을 나서서 산촌을 걸었다. 비오는 산촌을 걷는 재미도 꽤 좋다. 구름을 피워내는 산들이 주는 신비감에 젖어 나 스스로가 신비로운 존재가 된다.
그제 산촌을 걷다가 반환점에서 큰 호박을 만났다. 그 옆에서도. 호박이 이렇게 몸을 크게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영양이 필요할까. 내 호박이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영양부족이라 느껴진다.
식물의 씨앗이 살기 힘든 곳에 들어가 태어난 생명인 달맞이꽃, 아담한 크기로 자라나 예쁘게 꽃을 피워내 생명의 신비로움을 알려준다.
집에 들어서는데 논이 있는 곳에 난 풀이 벌레에 처참하게 잎이 뜯겨도 살아있으면서 또한 생명의 신비로움을 말한다.
그리고 눈을 들어 집을 보니 평화와 행복이 흐르는 집이 있어 감사가 넘친다.
요즈음 집을 환하게 밝히는 흰꽃, 꽃으로 보이는 것은 잎이 두른 흰 테이고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꽃이 무수히 피어 있다. 이 작은 꽃은 두어 달 계속 피어있는 것 같다. 꽃이 이리 많으니 많은 씨가 사방에 떨어져 자신을 확장시킨다. 그런데 이들은 뿌리가 빈약해 말라가면 뽑아 버리기가 쉽다.
혼자서 여러 즐거움과 함께 하는 삶이어서 기쁘다. 이 기쁨이 나의 집을 벗어나 주변에 전해지기를...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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