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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5일 월요일 비
산촌에는 지금 조용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마치 폭풍전야 같다. 촉촉히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늙은 호두나무가 삶의 피곤함으로 찌든 모습을 보인다.
어제 딱다구리가 찾아와 호두나무를 열심히 두드려댔다. 한참을 해도 구멍이 날것 같지 않으니 이리저리 옮기며 두들겨 보다가 날아갔다. 마치 내가 못을 박으려고 열심히 망치질을 하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곳을 찾는 것과 같다.
'태풍'하면 나는 1959년에 대한민국에 큰 피해를 준 사라호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어땠는지 나는 기억은 하지 못한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라호의 피해를 심각하게 만난 것은 만화책이었다. 당시 나는 동네 만화가게를 매일 가서 신간을 다 섭렵했었다.
그런 만화 중에 사라호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갑자기 삶이 파괴된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내 마음에 깊은 곳에 아픔을 주면서 태풍에 대한 공포가 새겨졌다. 그런데 지금 그보다도 더 무서운 태풍이 온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인류가 획기적인 발달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협이 되고 있는 태풍에 겸허히 마음을 내려 놓는다.
집앞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데 이들은 어찌될까. 농사를 크게 하는 다른 지역의 농작물들, 다들 어찌될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 속에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안전하기를" 등의 메시지를 주무 부처에서 내며 각자도생을 말한다.
인류가 심각한 재난으로 고통을 겪으면 재난을 소재로한 많은 콘텐츠가 생산된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 1 2차 세계대전, 육이오동란, 베트남 전쟁, 등등. 인류는 재난을 겪으면서 삶을 깊게 생각하게 되고 성장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콘텐츠가 되어 경험 밖의 인류들에게 경험을 전달한다.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조용히 안전한 곳에 머물며 마음의 고요를 찾는 날이기를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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