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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12일 월요일
지금 바쁘게 살았던 젊은이들에겐 달콤한 추석 연휴이었을 날이 가려고 한다. 내게는 늘 쉬임의 시간만 늘어서 있다. 그래도 항상 내겐 달콤한 시간들이다. 사람이 아무 것도 안함으로써 무엇에 쫓기는 것도 없이 살 수 있고, 나아가 편안하고 행복하고 넉넉한 삶에 잠겨 있음에 감동적인 삶이다. 고요함으로 삶을 나홀로 즐길 수 있는 삶의 방법이 나의 것이 되어 너무나 신이 난다. 삶을 나홀로 즐긴다는 것은 전 우주와 내가 1:1 관계임을 느끼는 것이다.
걸으면서 만나는 작은 개울에는 지금 자주색의 물봉선화가 피어 있다.
때가 되면 알아차리고 새로이 요즈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것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차려야 한다고 본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사실. 사람도 내면에서 때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알람 소리를 알아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걷는 길 옆 들깨밭에서는 작은 쌀알 같은 작은 꽃이 땅에 주욱 떨어져 귀여운 맛을 준다.
걷다가 백일홍에 앉은 호랑나비를 보았다. 올해 거의 보이지 않았던 호랑나비를 보게되어 무척이나 기뻤다.
가끔 왜가리가 백로와 같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며칠전 파랑새가 나타나 개울바닥의 돌에 잠까 앉아있다 또 다른 돌로 이동해 가면서 파랑새가 신비로움의 파랑을 보여주었다. 신기함이 가득 찬 산촌, 무심한 나의 시선을 잡아 신기로움을 보여준다.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산촌이다.
밤에 방에 들어온 독특한 문양의 나방, 바닥의 돌을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맑고맑은 개울물은 그 위를 날아가는 잠자리도 그대로 비춘다.
걸으며 만난 깻잎밭의 깻잎, 정말 열심히 자신을 키우면서 잎을 만들고 내주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왕성한 성장은 조금 늦추어진 것 같다. 왕성한 성장, 그것을 쫓는라 바쁜 손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가 오는 새벽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깻잎을 따는 길건너 밭의 여인, 캄캄한 밤 아무도 없는 곳에 오로지 깻잎만을 본다. 그녀는 도사가 되어가는 훈련을 하는 것 같다.
지난 8일 오후 하늘의 구름들이 나와 함께 길을 걸었다. 산촌을 걸으면서 하늘도 보고 주변도 보고 땅바닥도 보면서 3차원의 세상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논이 점점 누렇게 변해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와 모습들. 방아깨비와 사마귀가 노르스름한 연두색 속치마를 휘날리며 날기도 한다. 내게는 그런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비친다. 정말 다채로운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가을을 느끼며 산촌을 걸으러 나올 때면 집 앞의 대추나무에서 대추를 한 알씩 따서 먹으며 가을을 먹는다.
아름다운 가을을 아름다운 산촌에서 나는 아름다운 할머니로 가을을 즐기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듯이 나의 삶도 점점 깊어 감을 느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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