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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25일 일요일 맑음
어제는 하늘이 엄청 푸르고 높아보였다. 체육대회에 꼭 맞는 날인 듯한 날, 내가 사는 마을이 속한 남이면(충남 금산군) 체육대회가 열렸다.
나는 집에서 1 시간을 걸어서 참여하기 위해 갔다. 가면서 보니 올 여름에 생긴 캠핑지에 사람들이 와있다. 화창한 가을을 즐기려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보였다. 이곳은 한 쪽은 개울, 한 편은 논, 또 한 쪽은 인삼밭이 바로 붙어 있어 아이들과 놀기에 좋아 보인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나는 단골식당에서 잠시 놀다 또 걸어서 집으로 왔다. 6시 즈음 떠나니 맑던 하늘은 구름들이 할 얘기가 많다는 듯 하늘을 덮으며 늘어서서 산촌에 어스름을 내리고 있었다. 캠핑장에는 불켜진 전구들로 정겨워지고 있었다.
어스름 속에 인내를 훈련받고 있는 논이 색다른 멋으로 내게 다가왔다. 걸음을 재촉해 어두움이 온전히 내리기 전에 집에 왔다.
붉은 상사화(꽃무릇) 2 촉이 폈다가 지고 그 옆에 또 하나가 나타나 꽃을 피웠다. 힘이 들었을텐데 자신의 영역을 차지한 풀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꽃대를 키워낸 아이에게 박수를...
요즈음 길섶 여기저기에서 앙증맞게 꽃을 피운 작은 나팔꽃 같은 친구들이 있다.
예쁘다고 귀한 대접을 받는 식물도 있고, 누구는 나름 예뻐도 꽃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식물도 있으니... 지금 우리사회에서 '금수저' '흙수저' 하는 요상한 구분자가 있는 듯한 말들을 하듯이 풀들도.
파란 꽃이 풀밭에 모여서 피었다. 여름이면 생겨나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는 나름 예쁜이들이다.
달맞이꽃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 뒤늦게 태어나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꽃을 피운 키가 작은 달맞이꽃을 밭둑에서 만났다.
길 옆 고추밭에서는 고추를 거의 따고 그 밑둥이 베어졌으나 아직 열매를 열고 달고 하는 고추도 있다.
집에서는 내가 깐 돌길에 자리를 잡은 구절초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피어났다. 돌 틈에서 자라 내가 뽑기 쉽지 않아 내버려둔 아이들이 지금은 내게 멋있음으로, 또 시일이 지나면서 화려함이 될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늘 지금에 있다. 지금에 감사하고 지금을 즐기며. 그런 나를 시간이 감싸고 흐른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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