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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12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걷기를 나서는데 나의 집 근처에서 사육되는 닭이 집 앞 논에 놀러나와 있었다. 그들은 반짝이는 까만 깃털을 가졌다. 몸이 참으로 튼실해 보인다.
도로에서 다리 같지 않은 다리를 건너서는 닭들과 나만 산다. 닭을 키우는 사람은 나의 집 옆에 옆에 살았는데 몇 년 전 집으로 나무가 쓰러져 이곳을 떠났다. 하지만 구석에 있던 닭장과 창고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웬일인지 요즈음 닭을 자주 풀어 놓는다. 밖에서 놀다가 제집을 제대로 찾아가는 닭들이 내게는 신기하게 보인다.
어제 노랑나비 한 쌍이 마당에 놀러와 노란 국화꽃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한참을 놀았다. 쓸쓸하고도 화창한 날에 그들은 앙증맞은 몸으로 내게 귀여움까지 누리게 했다.
노랑나비는 국화 양쪽에 앉아있다. 노나랑에 노랑이라 또 크기도 크지 않아 잘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어제 나는 내가 농사지은(?) 콩을 수확했다. 쭉정이라는 단어가 모처럼 내 의식의 표면에 떠올랐다.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서 그들은 거의 다 쭉정이가 되었다. 잎은 긴 줄기에 크게 매달렸으나 콩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들은 크기도 제대로 컸고, 제 때 꽃도 피웠다. 하지만 그들은 열매의 내용을 충실하게 만들지 못했다. 제일 중요한 내실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게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물질만 쫓아 번듯한 모양의 인간이 되었지만 과연 내실이 만들어졌을까. 내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콩이 먹을 것이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수고를 버리기는 아까워 다 땄다. 아주 작은 아이라도 소중히 까서 넣고 콩밥을 해먹어야지...성경에 쭉정이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에 던져진다는 말씀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는 것은 쭉정이가 완전히 다 타서 존재가 없어질 때까지 불이 태운다는 말이라고 본다. 인간이 살면서 결실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그렇게 불에 태워진다는 말은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는 말이리라.
우리는 이 우주에서 소중하고 특별하고 귀한 존재이다. 그런 존재임을 믿고 익어가면 그것이 쭉정이가 아닌 튼실한 결실이 되는 것이리라.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소중하고 귀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믿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믿는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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