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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16일 월요일 맑음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흐렸고 비도 왔다. 몽롱함에 잠긴 산촌에 나도 같이 잠겨있었다.잊어버린 단어 '침잠'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지난 목요일은 따스한 봄날 같았다. 저녁이 다가오기 직전 하늘이 갑작스런 변화를 해 나를 놀라게 했다.
걸으며 보니 벚나무 기둥들에 한결같이 곰팡이인지 이끼인지가 연두색으로 생겨나 나름의 그림을 그렸다.
그 옆에 으름나무등이 여전히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생명력의 저력을 보여준다. 추운 겨울을 얼었다 녹으면서 추위를 견뎌내는 풀들이 많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의 생명을 지킨다. 생명은 경이로움이라 여겨진다.
어제는 마을총회가 있었다. 단순한 회의가 있었고, 또 식사를 같이 했다.
나는 이렇게 또 한 끼를 얻어먹으며 기뻤다. 먹고 남은 음식들을 싸줘서 갖고 왔다. 오늘 점심은 그것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매일매일이 고마운 날들이다.
회의를 끝내고도 한 아저씨가 자신이 반장이 되겠다고 우기며 큰소리를 내고 모두를 불편하게 했다. 현 반장이 잘 하고 있는데 그녀를 몰아내고 자신이 반장이라는 완장을 차겠다는 주장이다. 모두들 황당해한다. 그는 작년부터 이 일로 마을을 시끄럽게 한다. 내가 60 년 정도 전에 본 '완장(윤흥길)'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자신의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마을의 말썽꾼이었던 소설 속의 인물은 어쩌다 낚시터 감시원이란 완장을 차게 된다.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폼을 잡고 두려움을 주는 행위를 한다. 그는 그런 마음일까.,, 오래 잊었던 사람의 어떤 마음 상태가 떠오른다.
세상과 인간들, 제대로 보고 제대로 살면서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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