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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29일 일요일 맑음
지금 햇살이 좌악 산촌을 비춘다. 태양이 산 위로 솟구치기 이전의 하늘은 조금을 흐릿한 파랑이었고 흰구름이 있었다. 그 하늘 아래 산촌은 더할 나위없이 평화롭게 보였다. 마당에 놓인 내 야채 찌꺼기 버리는 대야에는 물까치 등 새들이 날아와 분주히 움직이면서 평화로움에 양념을 잔뜩 치고 있었다.
지난 며칠에 걸쳐 내가 수확해 팽겨쳐 놓은 콩 껍질을 벗겼다. 콩알을 심고 그냥 놔둔 아이들은 마구 자라 열매 보다 잎이 무성해져 열매가 부실했다. 그래도 맺은 콩은 아까워 따서 소쿠리에 담아 두었다. 집의 구석에서 그들은 말라 이제야 정리를 했다. 그래도 여러 번 콩밥을 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나의 집에 모여든 음식이 많아 먹기에 바쁘다. 생활규모를 점점 더 축소해 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 하고 냉장고도 아주 작은 것으로 사서 쓰고있다. 그러니 냉동칸이 작아 보관할 음식이 적다. 설 연휴를 규모있게 보내고 나홀로 여유롭게 살고자 했으나 연휴 전부터 냉장고가 넘쳤다.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재분배를 했다. 그리고도 요즈음 추운 날씨라 밖에 보관한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고 또 사과와 만두가 선물로 왔다. 내가 좋아하는 만두를 만나 요즈음 밥 대신 만두를 먹는다.
오늘은 만두 김치전골을 해서 끓여가며 점심으로 먹었다. 김치에 냉동불고기도 넣고 곰탕을 국물로 넣고, 뜨끈뜨끈한 국물과 함께 만두를 즐겼다. 넘치는 음식을 하나씩 먹어가며 줄어듦을 보는 것도 좋다.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느낌이 들지 못하게 음식이 늘어서 있다. 이제 내가 미리 먹거리를 확보하는 장보기는 더욱 줄여야 할 듯하다.
위의 사진은 요즈음 뿌려진 눈으로 장식한 개울가이다. 물이 얼음이 되었고 그 위에 또 눈이 쌓였고, 그런 아래로 개울이 흐른다. 눈은 날이 풀리고 햇살이 빛나면 사라진다. '미니멀라이프'를 표방하며 눈에 띈 늘 쓰지 않는 물건들은 내가 없애야 한다. 하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늘 가진 것들을 줄여가며 세상이 베푸는 사랑을 느끼며 나의 길을 난 묵묵히 가고 있다. 더욱 비워지는 나와 나의 삶, 그런데 요즈음 왜 이리 먹거리가 넘치는지... 고마움도 넘친다. 내가 세상이 나를 사랑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건만 더욱 확실하게 내게 사랑하고 있음을 각인시키려는 세상의 조화이다.
내가 부자라고 여기니 필요한 것들과 먹을 것들이 넘친다. 자신이 자신을 부자라 여기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린다. 말하는 대로 되니 말을 제대로 해야 함도 알린다.
visionary 이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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