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휴대폰 없이 살고 있다. 휴대전화가 잘 통하지 않는집, 전화가 오면 마당으로 나가면서 받았다. 하지만 나무들이 무성해지며  그것도 날 되지 않는다. 조금 더 길 쪽으로 나가야 한다. 통신사에서는 더 이상 이 지역에 투자할 의사가 없단다.

그런 전화기 마저 고장이나서 볼 수 없는 메시지만 쌓여간다. 그래도 전화기는 시계 역할만은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냥 앉아 있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흐르면 휴대폰 없이 살고 싶어서 하는 예행연습이기도 하다.

얼마전 가스가 떨어져 한 이틀 정도 가스가 없이 살았다. 휴대폰이 안 되니 전화번호를 몰라 가스배달처에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인터넷 전화로 동네 분이 전화를 해서 가스배달처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비로서 가스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전화번호를 휴대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어딘가에 저장을 할 필요를 느꼈다. 어쨌든 휴대폰을 내려 놓음으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을 느끼지 않고, 더욱 적막해진 나의 환경을 기분 좋게 누릴 수 있는 내가 참으로 나의 맘에 든다.

우리네 사회가 소유에 급급하다보니 박사학위를 소유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일이 청문회 등에서 노출 되는 현실. 이런 사회에서 소유를 내려놓고, 단지 학사인 내가 자랑스럽다. 소유인 지식세계를 떠나 세상을 이해하고, 그 돌아가는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내가 가진 퍼즐조각들을 맞추고 그림을 완성해가는 기쁨을 누리는 내가 되어서 나는 기쁘다.

행복하기로 결정하고, 기쁜 삶을 살기로 결정하면 매사가 이렇게 느껴진다는 사실, 외부의 조건에 의해서 자신의 행복과 기쁨이 결정되는 것은 주도권을 잃은 삶이다. 스스로 행복해 하고 기쁘게 살 수 있는 내가 되어 기쁘다.

오늘은 휴대폰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 못하는 통신사를 바꾸는 작업을 위하여 길을 나서려 한다.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