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삼매'란 석가모니가 화엄경을 설할 때에 들어간 선정(禪定)으로, 고요한 해면(海面)이 만상(萬象)을 비추듯, 번뇌를 없애고 우주의 모든 것을 깨닫는 경지를 말한다. 마음이 고요한 해면 같으면 주변의 풍광이 있는 그대로 비추인다. 하지만 마음이 일렁이면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해면의 만상이 왜곡되어 제대로 그 모습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삶의 도중 심한 풍랑을 겪을 때 알지 못했다. 물론 그런 말은 안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 심각성을 몰랐다. 그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늘 고요하지 못하고 크고 작은 파도에 같이 일렁이면서 마음은 상황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호애재이다. 그러기에 격랑에 배가 뒤집혔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다 고요한 바다를 만났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비로서 주어진 자유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후 나의 삶은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산촌으로 인도되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인가 안내하는 힘을 따라 흐른 삶이라 하겠다. 사람이 매우 적은 산촌, 서울이 빌딩으로 이루어진 숲이었다면 산촌은 진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다. 사람은 적어도 다채로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새로운 생활방식이 요구되었고, 새로운 지식이 요구되었고, 새로운 가치관이 요구되었다.
고요함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산촌, 해인海印과 유사한 환경이 펼쳐져 있다. 고요함과 한가로움이 베풀어져 있는 산촌에서 나는 지금 마음을 관리하고 있다. 그것은 내 마음의 파도가 두려움으로, 수치감으로, 열등감으로, 배고픔으로, 인간 관계에서의 상처로 그동안 고요할 사이 없이 치고 또 쳤기 때문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 하는 것이 세상과 삶, 그리고 자기자신을 제대로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도 늘 요동치는 자신을 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왜곡된 시각도 이제 이해한다. 또 요동치는 자신을 알아차리며 늘 부족한 나를 편안함으로 바라본다. 이런 부족함은 끊임없는 학습과 연마를 요구한다.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런 부족함으로 고요함 속에서 자신과 삶,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번뇌를 벗어나고 우주의 모든 것을 깨달아 가리라.
세상의 번뇌를 벗어나고 우주의 모든 것을 알고싶다는 꿈을 늙어가며 확실하게 찾아들었다. 그런 것으로 나는 지금 살아있음을 느낀다. 삶의 격랑에서 죽을 것 같은 순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죽어간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나는 살았다. 死卽生이다. 그것도 어린 시절의 꿈, 다시 찾아든 꿈을 따라 살고 있다.
사지死地에서 살아날 방법을 모를 때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지켜야 상황을 제대로 보고 이해할 수 있어 해결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때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낸 에너지가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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