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산촌에서 하는 노후생활의 나날, 관심은 늘 같다. 욕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생각을 하며 깨어나고 자면서도 생각한다. 그 방향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늘 나아가고 싶어한다. 나의 삶과 행동의 의미는 궁극적 관심, 궁극적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 유일한 나의 관심은 진정한 자유의 획득이다.
그럼 자유란 무엇인가? 외부의 구속이나 얽매임, 타인이나 사회의 외부적 강제가 없는 것이라고 흔히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1차적인 자유일 뿐이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규정짓고 그것으로 가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의식을 알아차리고 그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스스로 구속하고 스스로 굴레를 만드는 그 자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는 길이라 하겠다. 또한 이는 진정한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이기도 하다.
만나지는 사람들을 관찰할수록 우리 모두가 삶에 대해 또 자신의 정체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사실을 늘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듯하다. 그것은 자신을 그런 존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햇살이 이글이글 땅을 태우는 폭염을 만난 한여름의 땅바닥에는 부지런한 개미들이 바글거린다. 그들은 폭염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큰 지렁이의 사체에 매달려 큰 잔치를 만난 듯 열렬해 보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단지 ‘먹기 위한 존재'로, 먹는 일에 열심인 우리네들. 먹는다는 것은 사실 모든 동물의 1차적 본능이다. 동물은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생존본능의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한 동물은 먹어야 한다. 자신의 성장도 물질적인 것에 국한시켜 많이 먹고, 타인보다 좋다고 일컬어지는 것, 비싼 것을 가지려 들고 또 먹는 것을 성장이라 여기기도 한다. 소유가 삶의 기준이 되어버리면 삶의 의미는 그 어디에도 설 곳이 없게 된다.
나는 피나는(?) 수련을 한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자신을 잘못 규정해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잘못된 규정으로 설정된 것들을 알아내야 그 설정을 부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부수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사안에 따라 무척 단단한 것은 끈질기게 남아 가는 길을 방해한다. 오뉴월의 잡초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잡초들은, 뽑고 뒤돌아서면 또 나온다. 땅은 정말로 무한한 씨앗을 품고 있다. 그것처럼 의식은 잘못된 생각을 무한하게 품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주 무겁게.
새로 태어난 풀은 자라서 씨앗을 만들어 사방에 또 뿌려댄다. 그것처럼 살면서 습관화 된 자신의 굴레를 만들고 얽매임을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일어난다. 그 자체가 발동할 때마다 알아차리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늘 자신을 경계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수련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한다는 것, 이것이 피나는 노력을 요구한다. 이것을 정진(精進)이라 하겠다.
정진이란 불교에서 인격의 완성을 위한 수련법 육바라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 중 하나이다. 종교적인 개념을 떠나 자신이란 개체의 완성을 위하여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정진이라 하겠다.
가야하는 길, 무성한 잡초밭이다. 풀을 뽑지도 않고, 길을 걷지도 않았으니 잡초들과 온갖 벌레들만의 신나는 세상이었다. 매일 걷고, 잡초를 뽑으니 이제 점점 길의 모습이 드러난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피나는 노력이 성과가 있음을 길이 알려주니 말이다. 이제 나는 내가 가볍게 느껴진다. 가장 큰 변화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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