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이 맞은 여름, 녹음방초, 푸르름이 우거지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풀 향기가 넘친다. 뜨거운 햇살에 지친 풀들이 며칠 비를 맞고 기뻐했다. 지금은 강렬한 햇살에 몸을 말리며 그들은 기뻐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며 그들은 기뻐한다.
왕성한 풀 사이에 간신히 자신을 키운 풀이 보인다. 서로 엉키고 설켜 이루어진 풀밭에 우뚝 선 달래꽃도 보인다. 그런 날 지금의 산촌에 오기 전에 알게 된 조준모(전북 교통방송 '굿모닝 준모닝' 진행자)씨가 보낸 '굿모닝 준모닝'이란 그의 책이 도착했다.
지상의 모든 생명은 수고가 많다. 그런데 남들은 편안하지만 자신만이 수고 정도가 아니라 고생한다 여기고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만족을 모른다. 어리석음의 냄새를 풍긴다. 풀밭에 칡이 자라면서 여러 망촛대 풀을 감아쥐고 위력을 과시하며 위협을 준다. 으름나무도 예쁜 잎을 단 줄기로 닥치는 대로 주변의 식물을 휘어 감는다. 감아쥐면서 살아야 하는 식물도, 감기면서 위협을 받는 식물도 모두 수고가 많다.
그러나 그들과 무관하게 자신을 예쁘게 키우고 꽃을 피워 주변을 기쁘게 하는 풀도 있다. 그들도 자신을 지키고 키우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랬든 저랬든 산다는 것 자체가 수고인 것 같다. 그러기에 자신의 수고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려고 조준모씨가 책을 쓴 것 같다.
그는 신경의 염증성 질환인 길랑바레증후군이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심한 질병을 앓았다.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다리가 불편하다. 그래도 그는 순진무구한 용모처럼 순수한 자세로 자신에게 놓여진 삶을 지키고 자신을 키웠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지금 만족해 하는 모습이다. 이는 풀밭의 복잡함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성장해 자신을 예쁜 꽃으로 피워낸 모습이다. 그가 느끼는 충만한 행복에 박수를 보낸다.
산촌에 부는 바람에 꽃은 한들거린다. 그바람에 향기가 더욱 퍼져나간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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