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서 살다보니 다양한 식물들과 늘 함께한다. 그들은 저마의 모습, 저마다의 생존방식, 저마다의 번식방식들로 묵묵히 산다. 한해살이 풀들은 세상에 태어나는 때도 저마다이고, 나무들도 새잎을 내는 때가 다 저마다이다.
전에 코스모스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코스모스가 태어나 크게 자신을 키우고 꽃을 피웠다. 바람에 유유하게 꽃을 흔들면서 있는 그들 발아래 갓 태어난 코스모스들이 있었다. 열심히 그들도 자신의 몸을 키우는데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찬바람에 미처 자신을 다 키우지 못한 코스모스들은 부지런히 꽃을 피워냈다. 몸은 작아도 어떤 친구들은 정상 코스모스와 크기가 거의 같은 상태로 꽃을 피웠다. 이런 코스모스들의 목표를 이루어내는 능력에 경탄을 했었다.
정상적인 성장환경이 아닌 시멘트와 아스팔트 사이 틈에 생겨난 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키우고 꽃을 피운다. 달래를 보면 돌짝밭에서도 잘 큰다. 돌멩이를 이리 피해 돌과 돌 사이로 자신을 키우다가 또 돌멩이를 만나도 그런 식으로 장애물을 넘고 넘어 지상으로 나타난다.
같은 풀이라해도 상황이 다르면 그 크기가 다르다. 식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키운다. 식물들을 보면 그들은 말없는 수용자인 것 같다. 자신에게 베풀어진 환경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추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이러한 것이 우리네 사람과 특히 다른 면이라 여겨진다.
스스로 움직일줄 아는 동물과 달리 자신이 놓여진 곳에서 움직일 수 없는 식물.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맞추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번식이란 목표의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번식방법이 있지만 대체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식물의 목적의식이라 느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삶의 목적의식을 따라 저마다의 적응력을 발휘해 삶을 산다.
그러나 사람의 삶을 보니 그와는 반대로 살고 있다. 그래서 삶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다닌다. 자신이 생각한 삶, 자신이 생각한 환경과 상황을 찾아야만 한다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자기 삶의 목적 보다도 자신이 생각하는 상황과 환경을 찾는 일에 우선 집중하고, 주어진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식물처럼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적응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내면 삶이 편한 것 같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의식, 그 길에 주어진 목표를 차례차례 수행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면서 말이다. 삶이 힘들어져도 상황이 바뀌어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일에 집중한다. 쓸데 없는 에너지의 낭비도 없어진다.
산촌에 살면서 식물에게서 삶의 방식을 배워본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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