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여자들은 모이면 자신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고, 기억력이 없는지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늘 쓰는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다보낸다는 말에 모두 공감을 하며 그들은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어간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가끔 물 내리는 것을 잊기도 하고, 밤에는 전등을 키고 들어갔으나 화장실에서 나오면서는 전등 끄는 것을 잊기도 한다. "금방 여기에 뒀는데" 하면서 열쇠를 찾기도 한다. 이런 실수들을 하는 나 자신을 관찰하니 '지금 여기'에 있지를 못하고 먼저 앞서 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순간을 인지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 내리는 작업 전에 나는 화장실을 나설 생각에 가 있는 것이다. 화장실 전기를 끄기 전에 먼저 방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지금 여기'에 늘 있으려고 노력했다. 행동 하나하나를 인지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걸을 때도 발 하나를 앞으로 내밀고 있음을 인지하고 발을 딛는다. 인지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나로선 피가 날 정도의 노력이다. 몸은 저절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다. 70 평생 살면서 루틴이 된 행동은 의식하지 못해도 저절로 행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모든 것을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물건을 찾을 때 가만히 상황을 생각한다. 기억을 잠시 더듬으면 물건을 둘 당시의 상황이 동영상 처럼 보여 물건 둔 곳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인지하고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천천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노력으로 이제는 밤에 화장실이 혼자 빛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화장실의 물도 즉시 내린다. 물건을 찾으며 황당함에 젖는 일도 거의 없다.
제대로 삶을 지키고 관리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작업,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나이 들면서 사람은 자신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지키고 관리하는 작업이 힘들어도 말이다. 자신을 책임지는 사람...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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