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70 년을 넘게 살았다. 젊은 시절,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고 넓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적절하지 않은 바탕 위에서 많은 결론을 내렸었다. 그러니 당연히 젊은 시절 많은 실수를 했고,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선택은 커다란 실패라는 경험을 안겨 주었다. 이것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넓고 깊은 경험이 되어주었고, 애송이인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산촌에 살면서 산과 집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달래를 봄이면 캐어 먹는다. 그러면서 달래 애송이는 꽃을 피우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봄이 지나면서 그들은 알뿌리를 땅 속에 남기고 지상의 달래는 그냥 사라진다.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 살아난다. 어린 애송이 달래는 1 년 이상 성장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알뿌리가 성장한 달래, 비로서 꽃을 피울 능력이 생긴다. 알뿌리가 있는 여러 식물을 봐도 태어나서 알뿌리가 어느 정도 성장해야 꽃을 피울 수 있게 됨을 알게 되었다. 뿌리에서 어린 생명이 태어나도 그들은 꽃을 피우지는 못하나 자신의 몸을 키우며 자신의 알뿌리도 키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내면의 성장은 모르기에 성장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은 몸은 컸지만 꽃을 만들지 못하는 달래처럼 자신이 애송이인줄 모르고 으쓱 댄다.
의식수준이 낮은 사람은 성숙한 사람의 의식수준과 그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능의 수준이 낮은 사람은 섬세한 지능의 차이를 알 수 없다. 또한 성숙한 판단력이 없는 사람은 감수성의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알아볼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달래가 확인시켜 주었다. 자신의 꽃대를 쭈욱 위로 뽑아올리고 꽃을 피우는 성숙한 달래. 그는 애송이 달래들이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물을 보게 된다. 애송이 달래와는 완전히 다른 성숙한 달래는 생명체의 의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꽃을 피운다.
실패의 경험과 고통은 지혜의 눈을 원하고 찾게 했다. 단지 지식의 많고 적음으로 가질 수 없는 눈, 수많은 세월과 다채로운 삶을 산 경험을 통해 그만큼의 지혜를 자신의 몸으로 체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의 뒤에 숨은 것도 읽을 수 있는 눈 말이다. 예전에 읽었던 무협소설에는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애송이들이 상대를 파악하지 못하고 고수에 달려들어, 한 순간에 세상을 하직한다. 이렇게 상대의 역량, 즉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무모한 애송이라 하겠다. 그런 애송이가 아니라 성장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생겼다.
이렇게 나이 70을 넘은 나의 삶은 진정 최선의 방향으로 최적의 방법으로 인도되었음을 다시 확인한다. 기쁘다. 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돈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불편한 감정들이 전해져서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돈의 비를 맞아도 자신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돈에 대한 자신의 갈증을 지우려고, 돈을 저장한다. 그러다 성장을 모르는 누군가는 자신이 '돈을 많이 가진 존재', 부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주려 든다. 소유를 늘리고, 고가의 물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받는 대접에서 자신을 확인하려 든다. 그래도 결핍감이 사라지지 않는 애송이는 '갑질'이라는 것으로 자신의 새로운 존재감을 확인하려고도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사는 세상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이 어지럽고, 범죄가 늘고, 모두가 같이 혼돈 속에 빠져든다. 정체성이 모호함으로써 벌어지는 현상은 세상 자체를 불편한 세상, 왜곡된 세상으로 만들어 간다. 우리는 하나이기에, 서로 영향을 미치기에 그렇다.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내면의 성장이다. 고통을 만나는 것은 성장의 기회를 만난 것이다. 고통이 주는 학습의 과정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한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애송이를 벗어난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자기 삶의 의미인 꽃을 피우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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